[한라칼럼]두 당선인과 풀뿌리 민주주의

[한라칼럼]두 당선인과 풀뿌리 민주주의
  • 입력 : 2016. 05.03(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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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4·13 총선에서 가장 빛난 승리를 거머쥔 정치인은 누구일까? 평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치적 '험지'라는 지역에서 당선된 사람들을 꼽을 수 있다. 대구와 부산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과 김영춘, 순천과 전주에서 당선된 새누리당의 이정현과 정운천 등과 같은 사람들이다. 벽돌처럼 굳어버린 지역 편견을 깨기 위해 여러 번 시도했고, 마침내 이뤄냈다는 점에서 '정치적 소란'으로 주목받은 다른 당선인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빛남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오영훈과 위성곤 두 당선인 또한 앞선 4명 못지않게 빛나는 정치인이라 일컫고 싶다. 왜냐하면 이들은 철저하게 지역을 바탕으로 커온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사에서 흔치 않은 경우다. 위의 김부겸 외 4명은 그들의 고향에서 의미있게 당선되었지만, 그 지역이 정치적 출발지는 아니었다. 이들은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 서울과 수도권에서 정치인과 정당인 그리고 관료로 활동해 왔으며, 대통령이나 대통령에 버금가는 정치인에 의해 발탁되어 성장해 왔다. 중앙무대에서 정치적 몸집을 키워 고향에 내려가 지역주의를 극복한 사람들인 셈이다. 이에 반해 오영훈과 위성곤은 지역이라는 바닥에서 정치적 맷집을 키워 지역을 넘어선 사람들이다.

두 당선인은 제주대학교 87학번으로, 90년대 초 총학생회장 출신들이다. 이들에게 제주대학은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정치 리더십을 학습한 공간이었다. 또한 이들은 본격적인 정치를 제주도의회에서 시작했다. 지자체 의정활동과 그 평가를 바탕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성장한 것이다. 중앙 정치권력과의 결속정도나 화려한 엘리트 이력이 아니라, 지역대학과 지역의회를 바탕으로 자생적으로 성장했다는 점은 이들의 정치적 한계가 아니라 오히려 큰 정치적 자산에 해당한다. 이들을 다른 지역의 그 어느 당선자들보다 빛나게 하는 대목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당내 경선에서 탈락하기는 했지만, 문대림과 박희수도 두 당선인 못지않다. 문대림과 박희수의 정치적 앞날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는 대규모 공채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신 지역신문에서 5년 정도 이상의 경력을 쌓은 기자들을 대상으로 특별채용을 한다. 지역에 바탕을 두고 지역을 잘 아는 기자가 미국 전역은 물론 세계 각국도 잘 파악할 것이라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다. 정치에서도 이런 믿음이 통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곧 풀뿌리 민주주의의 시작이다. 기존의 중앙집권적이고 엘리트주의적인 정치입문 행태에서 벗어나, 정치인이 지역에 기반하여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그 자체가 풀뿌리 정치발전이다.

이런 면에서 제주는 풀뿌리 민주주의 정치 텃밭이 된 셈이다. 그만큼 오영훈과 위성곤 두 당선자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풀뿌리 민주주의 확장을 위해 이들이 해야 할 일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국회의원 '초선'이냐 '다선'이냐를 따지는 중앙정치의 '선수(選數) 논리'에 빠지지 않는 일이다. 국회는 '선수'라는 계급장으로 일하는 군대가 아니다. 국회의원의 의정능력이 반드시 선수에 비례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두 당선인이 곧 개원하게 될 20대 국회에서 견지해야 할 일은 중앙정치 중심의 선수 논리를 깨는 일이다. 두 당선인은 지역 자생의 단련된 정치경험이 국회의원 선수보다 더 값질 수 있다는 것을,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란 이런 것이다. <최낙진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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