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110)제주시 이도2동 '떠벌이네 연탄구이'

[당찬 맛집을 찾아서](110)제주시 이도2동 '떠벌이네 연탄구이'
"연탄은 기다림의 미학"… 추억이 함께 익는다
  • 입력 : 2016. 06.10(금) 00:00
  •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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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벌이네 연탄구이'는 옛 추억을 떠올리며 제주산 흑돼지 특수부위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사진은 연탄구이 한상차림. 강경민기자

갈매기살·항정살 등 돼지고기 특수부위
제철채소에 천일염 밑간 생고기 맛 일품
미술전공 주인 70~80년대 제주모습 벽화

7080세대들의 아련한 향수는 뭘까? 당시 유행했던 노래가 새롭게 떠오르는 요즘, 먹거리 또한 옛것에 대한 동경의 대상이다.

40~50대를 전후한 세대들이 중·고교 시절을 떠올리며 찾는 '떠벌이네 연탄구이'. 제주시청 인근에 자리하며 삼삼오오 직장인들이 퇴근 후 찾는 곳이다. '연탄은 기다림의 미학이다'라는 식당 천정에 적혀 있는 문구가 반갑다.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견디며 팍팍한 세상살이를 함께하는 친구들과의 담소로 풀어내는 장소다.

주인장 강승훈·송순주 부부

2008년 문을 연 이 식당 내부는 여사장인 송순주(48)씨가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실력으로 제주시의 옛 거리와 교복을 입고 점심을 먹는 모습, 버스를 기다리는 여고생, 칠성통 골목에 자리했던 제일극장까지 그려냈다. 모두가 친근한 이미지다. 맞은 편 벽에는 그 시절, 분식집에서 7080세대들이 주저리주저리 풀어내는 낙서로 도배가 돼 있다.

송씨는 그림 실력 못지 않게 음식 솜씨도 뛰어나다. 이 집의 주메뉴는 돼지고기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양념갈매기살과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후식인 시원한 김치말이국수. 그 비법을 주인장이 설명한다.

"우선 최고등급 제주산 생고기만을 엄선합니다. 돼지 한마리당 단 두조각 분량인 200~300g 밖에 나오지 않는 갈매기살, 항정살, 가브리살 등 특수부위만 고집하죠. 거기에 키위, 사과, 배 등 과일과 잘 어울리는 소금간으로 양념을 주문 즉시 바로바로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간장양념은 맛이 강해 과일과의 조화가 소금보다는 덜하죠. 천일염으로 간을 하기 때문에 고유의 생고기 맛을 낼 수 있습니다."

남편인 강승훈(50) 대표는 식당의 콘셉트에 대해 말한다.

"손님들 대부분이 40대 후반이고 그림도 당시의 우리네 모습을 그린 것입니다. 추억을 공유하는 친구들과 연탄불에서 익어가는 고기를 맛볼 수 있는 곳이죠. 밑반찬도 묵은지볶음, 마농지(마늘장아찌), 계란찜, 콩나물무침 등 추억과 어울려 맛을 배가시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저희집에서 취급하는 고기의 70~80%가 제주산 흑돼지의 특수부위입니다. 다른 곳에서는 가격대가 높지만 저렴한 가격에 최고의 재료를 내는 것이 단골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군침도는 상추와 깻잎쌈과 속이 시원해지는 김치말이국수.

이들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은 부창부수가 따로 없다. 여기에 송씨의 친정어머니 배옥연(78)씨가 재배한 제철채소가 곁들여 나온다. 싱싱한 배추와 깻잎, 상추, 마늘 그리고 때에 따라 향긋한 달래와 미나리도 올라온다. 여기에 주인장이 따로 준비한 파채와 깻잎과 청양고추를 넣은 간장소스도 일미다. 조개를 넣어 칼칼하게 끓여나온 된장찌개도 입안을 달래기에 그만이다.

어머니가 연탄불에 구워주던 그 옛날의 맛이 그리울 때, 친한 친구와 추억을 함께 떠올리고 싶을 때 '떠벌이네 연탄구이'는 시간을 거슬러 그 시절로 우리를 초대한다. 그래서 추억이 깃든 맛은 더 감미롭다. 우연히 들른 잊었던 친구도 만날 수 있는 만남의 장소, 그것은 현대인들이 마음 한켠에 숨겨뒀던 그리움일지도 모른다.

영업시간은 오후 5~12시. 둘째 주 일요일은 휴무다. 제주시 이도2동 1180-11번지. 064)755-0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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