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0만명 시대 대비 인프라 확충 서둘러야도내 하수처리장 방류수 농업용수 재활용 필요
제주특별자치도는 육지부 지방과는 달리 큰 강이나 연중 물이 흐르는 하천이 전무해 지표수를 이용할 수 없는 특수한 지역인 관계로 상수도는 물론 생활용수, 농업용수, 공업용수까지도 지하수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특히 제주도는 국토면적의 약 1.8%에 불과한 작은 도서지역이기 때문에 지하수 적정 개발량이 한정돼 있을 뿐만 아니라, 해수침투로 인해 담수지하수가 염수로 변할 개연성마저 상존하고 있다. 또 지하수의 원천이 되는 강우량의 경년변화가 1500㎜에 달할 정도로 극심해 지하수 부존량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를 유지하는 등 제주도는 수문지질학적으로 매우 취약한 수자원 부존 여건을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지하수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게 된다면 제주도는 생명력을 상실한 죽음의 섬으로 전락하게 돼 도민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국제자유도시 건설은 물거품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주 지하수는 물이라는 단순한 차원이 아니라 유일한 지하자원이자, 제주도민이 상수원으로 이용하는 생명수이며, 제주도민 모두가 향유하고 유익하게 이용해야 하는 공동자산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최근 유입인구가 증가하면서 공공자산인 지하수 보존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고 있는 김녕리 청굴물 용천수. 한라일보DB
지난 5월말 주민등록에 등재된 도내 인구는 63만2701명, 등록 외국인은 1만7350명으로 잠정집계돼 총 65만51명을 기록했다.
다른 시·도에서 제주로 전입해 오는 순유입 인구도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579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93명(35%) 증가해 연내 2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이처럼 인구가 증가하면서 제주지역 수돗물 사용량도 급증하고 있다. 제주도의 1일 평균 수돗물 공급량은 2014년 42만7500㎥, 지난해 43만3500㎥였지만, 올 들어 지난달까지 43만8000㎥로 급증했다.
이는 유입인구와 관광객 증가, 공동주택·개발사업 붐에 따른 건축물 급증으로 물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2025년에는 공급능력보다 하루 18만㎥의 용수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도내 한 골프장의 저류시설. 한라일보DB
제주도가 안정적인 물 공급을 위해 하루 11만㎥를 생산할 수 있는 수원을 새롭게 개발하고 지방상수도인 경우 2020년까지 하루 7만㎥를 생산할 수 있는 수원을 개발할 예정이나 향후 인구 100만명 시대를 대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도내 용천수 보존 활용에도 주력해야 한다. 과거 용천수는 마을에서 공동으로 이용하던 공유자원으로 물이 귀했던 현실을 이겨내고 공동체 의식을 형성시키는 매개체로 작용했다.
하지만 상수도가 보급되면서 용천수의 실효성과 가치가 점차 상실되고 물을 바라보는 인식도 달라져 마을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는 용천수 외에는 방치돼 사라지는 곳도 있다. 또 일부 정비·복원된 용천수인 경우 옛 모습은 사라지고 콘크리트 구조물로 대체돼 주변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제주도수자원본부가 지난 2013년부터 2014년도까지 용천수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도내 1023개소 용천수 중 580개소(57%)만이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 이상 도내 용천수가 사라지기 전에 용천수 고갈의 원인을 찾아내 해결방안을 마련하고 친환경복원과 스토리텔링 활용 등 적극적 보전·관리 대책을 본격 시행해 지하수 못지않은 관리체계로 용천수도 관리해야 한다.
도내 하수처리장 방류수를 농업용수로 재활용하는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제주지역 특성상 물 공급원을 대부분 지하수에 의존, 2007년말 지하수 적정개발량 대비 96.6% 이상 개발된 상태다. 장래 물 부족 사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갈수기 가뭄에 구애 받지 않고 농업용수로 재활용하기 위해 하수처리장 방류수를 재이용하는 사업을 확대해 추진해야 한다.
비닐하우스나 유리온실 등의 빗물이용시설. 한라일보DB
도내 하수처리장 8개소에서 1일 12만2000t을 처리, 방류하고 있다. 이 중 연간 59만4000t을 청소수, 세척수, 냉각용수 등으로 재활용하고 있는데 전체 흘려보내는 방류수 4453만t 가운데 1.3% 수준이다.
도내 하수처리장에 정화시스템 설치를 확대해 바다로 버려지는 방류수를 농업용수로 적극적으로 재활용해 수자원을 절약하고 해양환경도 살려야 한다.
제주의 지하수 이용량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지하수의 양은 한정되어 있다. 또 지하수를 둘러싼 내적 및 외적환경은 지하수의 이용 가능량을 보장해 줄 수 없는 쪽으로 변화해 나가고 있다.
지하수를 대체해 줄 수 있는 수자원이 없는 제주도의 여건을 놓고 볼 때 지하수의 고갈, 염수화, 오염은 곧 제주의 생명력을 잃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지하수를 제주도의 공공의 자원으로 규정하고 공적관리체계를 강화함으로써 지하수를 지속 이용 가능한 자원으로 관리하면서 도민 누구나 지하수를 이용할 수 있는 평등의 원칙을 정착시키고 후손에게 넉넉한 고품질의 지하수를 물려주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지하수 관리와 대체 수자원 개발과 이용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