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며]몰입의 피서법

[하루를 시작하며]몰입의 피서법
  • 입력 : 2016. 08.10(수)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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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뜨겁다. 정치권의 사드논란은 더 뜨겁다. 심해지는 북핵 위협에 대비하자는 우리들의 생존 문제인데 왜들 이러시나? 선조 때 사신으로 일본 정세를 돌아보고 온 서인 황윤길과 동인 김성일의 '침략한다, 안 한다' 서로 다른 보고를 함으로써 임진란을 미리 막지 못했던 당파싸움과 흡사하다. 이번엔 중국, 가장 치욕적이었던 병자란, 정묘란의 아픈 역사를 잊었는가. 후세 진보사학자들은 오늘의 상황을 어떻게 평가할지 자못 궁금하다.

또 덥다. 세상 돌아가는 소식들도 무더위를 부추긴다. 고위층들 부정비리 탐욕, 점점 험악해지는 사건사고들, 날씨 따라 소식 따라 높아지는 건 불쾌지수요, 무력감뿐이다. 차라리 어디엔가 풍덩 빠져보고 싶다.

다행히 리우올림픽에서 전해오는 승전보는 한줄기 소나기다. 축구나 양궁, 유도 등등 혼신을 다하는 선수들이 아름답다. 정정당당 스포츠는 우리 사회의 청량제이기에 더 그렇다. 일본을 물리친 여자배구의 김연경 선수는 '간절하게' 염원하고 경기에 '집중 몰입'한다는 자기관리법을 소개했다. 월드스타다운 모습이다. 몰입이야말로 꿈을 이루는 성공요인이 아니던가. '몰입의 즐거움' 행복 이론서 저자인 칙센트 미하이는 몰입이야말로 무력감을 극복하고 뜻하는 바를 성취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강조한다. 영어로 flow, 물 흐름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함, 무엇에 심취해서 시간도 잊고 무아지경인 상태, 무엇엔가 집중하다보면 일의 성과도 높고 스스로도 행복하다.

지난 7월18일, 제주의료원 중앙 로비에선 휘몰이 장단에 맞추어 연주자와 청중들이 함께 출렁거렸다. 초등교원 출신들로 구성된 '예울림' 자원봉사단들이 입원 어르신들을 위한 난타 위문공연 현장이다. 땀을 흘리면서도 벼락 치듯 몰아치는 굿거리장단에 귀신이 달아나고, 숨이 멎을 듯 이어지는 자진몰이 장단엔 더위도 물러서는 순간이었다. 이어서 제주도 노인복지관 소속 '제노폰 소리낭'색소폰 4중주, 위안의 마음을 담은 하모니가 병원 가득 넘쳐흘렀다. 그간 연습에 몰입하고 공연에 정성을 쏟는 단원들 모습들이 아름다웠다. 이번엔 원석호님의 특별무대, 가슴 저미는 치유의 선율에 마음들은 온전히 녹아내렸다. 연주자나 청중 모두 무아지경, 몰입은 바로 이런 것이다.

몰입은 우아하다. 다만 그 종류에 따라 품격이 달라진다.

직장일이나 돈벌이에 집중하는 것은 생계형 몰입이다. 생계형 몰입은 선이요 미덕이다. 그러나 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애쓰는 사이 인생은 간다. 삶의 질을 높이는 일과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학문연구나 이상 실현을 위해서 하고픈 일에 집중하는 일, 또한 신체 단련, 취미나 특기를 기르는 것은 자아실현형 몰입이다. 이런 몰입은 아름답다. 다만 스트레스 해소형 몰입은 임시처방형이다. 특히 스트레스 해소한다며 환각이나 노름에 빠지면 씨오쟁이도 팔아먹을 정도로 삶을 망가뜨리니 조심할 일이다.

요즘처럼 더울 땐 무엇엔가 빠져보자. 특히 몰입 독서, 책 속엔 길이 있고 즐거움도 있다. 가장 쉽고 영향력이 크다. 가족과 이웃이 함께 할 수 있는 최상의 몰입이다. 두뇌발달, 대화능력, 삶의 지혜를 주는 평생학습 방법으로서의 독서, 어찌 다 이를까! 올여름, 책 속에 빠져 더위를 이겨보자. <이경주 서귀포시민의 책읽기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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