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칼럼]관광 제주의 이면

[한라칼럼]관광 제주의 이면
  • 입력 : 2016. 08.16(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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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여행지인가 관광지인가. 관광과 여행의 의미가 완벽히 구별되는 것은 아니다. 관광이 좀 더 포괄적인 의미로 쓰여 여가나 비즈니스 목적으로 여행을 하는 행위와 이러한 행위를 위한 서비스 공급을 총칭하는 반면, 여행은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자신의 거주지를 떠나 객지를 돌아다니는 행위 자체를 뜻한다. 그러나 실제 쓰이는 의미로 구분하면 관광(觀光)은 한자의 의미대로 빛을 보는 행위로서 눈으로 구경하는 것이고, 여행은 있는 그대로를 보고 느끼며 마음에 남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는 최근 가장 뜨거운 관광지 중 한 곳이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은 2011년 이후 5년 간 연평균 130만 명 이상 증가하고 있고, 5년 후에는 2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광객 증가로 인해 수치로 나타나는 각종 경제지표의 흐름도 양호하다. 통계청이 지난해 7개 특별·광역시를 제외한 9개 도의 시 지역(77개) 고용률을 비교한 결과 서귀포시(72%)와 제주시(65.9%)가 전국 1위와 3위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2014년 제주도의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판매율은 전년 대비 각각 6.1%, 7.3% 증가해 전국 1위를 차지하였다.

그러나 견실한 통계의 이면에는 제주인의 삶의 질곡이 감춰져 있다. 전국 최저 수준의 임금, 유입 인구의 증가에 가려진 유출 인구의 가파른 증가, 그리고 교통체증과 환경오염으로 인한 삶의 질 하락 등은 장밋빛 전망과 개발논리 앞에서 힘을 잃는다. 최근 세계 각지에서는 관광객과 거주민의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홍콩의'유커 반대' 시위와 베네치아의 '도시 입장료' 검토는 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주변이 숙소가 되고, 자신의 일상이 관광 상품이 되는 현실 속에서 관광객의 증가는 지역공동체의 정체성과 지역다움에 위협이 되고 있다.

북촌 한옥마을에서는 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관광버스로 인한 주차난·소음·쓰레기·노상방뇨 등으로 삶이 황폐화되면서 마을을 떠나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이화동 벽화마을에서는 이런 상황을 견디다 못해 주민들이 마을의 상징적인 벽화를 직접 지우기까지 하였고, 마을공동체 내부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제주에서도 외국인 전용 면세점을 찾는 관광객으로 인한 교통체증과 주차난 등에 대해 피해를 호소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하였다.

이제는 제주의 관광객 급증이 지역민에게 긍정적인가라는 화두를 던져야 한다. 관광객이 유입됨으로써 사회적 이익이 증가하고 경제지표 등이 호전되었으므로, 공익을 위해 삶의 불편을 감수하라고 하기 위해서는 방법이 적정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등 과잉금지원칙을 먼저 고려하여야 한다. 또한 제주가 수용할 수 있는 관광객 규모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틀을 마련하고 그 틀에서 관광정책을 추진하여야 한다. 입장료뿐만 아니라 1일 입장객 제한 등을 보다 폭넓게 고려하여야 하고, 지역공동체에 관광으로 인한 인센티브가 실질적으로 환원되어 주민 모두의 혜택으로 이어져야 한다. 입장수입의 일정액을 펀드로 조성하여 주민의 복리증진에 기여하거나, 세금감면 및 마을 협동조합 지원 등 직접적 지원 방안도 마련하여야 한다.

첫 문장에 대한 답을 하자면 제주는 여행지여야 한다. '제주 한 달 살기' 등 새로운 형태의 관광 상품은 주민과 시간을 공유하고 문화를 즐기는 여행지로서의 제주의 가능성을 상징한다. 여행지로서의 제주는 각자의 행복한 삶이 모여 공동체의 정체성이 유지되는 곳이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거주민과 여행객의 행복한 공존 방안이 선행되어야 한다.

<문만석 (사)제주미래발전포럼 실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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