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며]빛으로 미래를 꿈꾸다

[하루를 시작하며]빛으로 미래를 꿈꾸다
  • 입력 : 2016. 08.17(수)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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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열기가 보통이 아니다. 연이은 폭염에 외출자제 경보가 울리고 전력사용의 폭발적 증가로 관련기관의 걱정이 크다. 에너지관리공단에서 1등급 효율의 가전제품 구매에 환급지원정책까지 내놓는걸 보면 하절기 전력수급에 대한 국가적 고민의 정도를 알 수가 있다. 여름은 볕이 뜨거워야 제맛이라던 친정어머니말씀도 이제는 옛말이 된 듯하다.

전력사용의 주대상은 제조업에 종사하는 기업이다. 그러나 이젠 일반 가정에서도 전기 없이는 하루도 견디지 못할 만큼 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다. 1인 가족의 증가에 따른 주택보급과 생활의 편리함을 더하는 다양한 가전제품들의 출시, 이는 가정의 전기의존도를 한껏 높여놓았다. 때문에 한 여름 에어컨을 두고도 쓰지 못하는 가정용 누진제 적용 전기요금은 집집마다 커다란 부담의 대상인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자립주택'이라면 그 상황이 다르다. 태양광이나 지열을 사용하여 집에서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통해 비축해두었다가 사용하는 에너지자립주택은 한여름 전력난, 요금폭탄으로부터 자유로울뿐 아니라 화석연료를 태워 생산된 전기가 아니므로 온실가스 감축에도 지대한 역할을 한다. 게다가 남은 전기를 판매할 수도 있으니 일석삼조가 아니던가. 이러한 장점들을 예측하며 나는 에너지자립주택을 지어 이사를 했다. 나이가 들면서 집은 줄이라 했지만 20년 넘게 살던 아파트를 뒤로하고 마당이 있는 주택으로 옮긴 것이다. 오랜기간 생각해왔던 제주섬에 대한 최소한의 보은. 천혜의 환경을 공짜로 누리게 해준 자연에게 무언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았다. 엔지니어링회사에 근무하면서 얻은 얄팍한 지식을 무기로 에너지자립주택의 실현, 나는 무모한 도전을 감행한 것이었다.

결과는 매우 긍정적이다. 전기 생산도 그 사용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태양광 판넬로 직접 지붕을 마감하고 햇빛으로 생산한 10㎾h의 전력, 나는 이것으로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 전기자동차, 화산섬의 햇살이 만들어낸 청정한 전기가 스마트시스템을 갖추어가고 있는 것이다. 계면쩍음을 감수하고 이렇게 자랑 아닌 자랑을 늘어놓는 이유는 제주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유사 이래 예기치 못한 건축호황을 누리고 있는 제주도, 그러나 치솟는 집값에 대한 무성한 소문과 민원만 나돌 뿐 친환경건축물에 대한 계도나 에너지자립주택에 대한 독려 의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우후죽순으로 섬 전체를 무분별한 건축물로 채우고 난 뒤 수많은 건물에서 소비해대는 전력량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해저케이블을 통해 늘릴 것인가 불 피우는 화력발전소를 다시 지을 것인가. 시기적으로 많이 늦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신재생에너지건축물을 포함한 친환경건물에 관한 조례를 서둘러 제정하고 건축 용도와 규모에 따라 에너지자립비율 및 친환경요소를 차등적용하여 허가조건에 포함해야 한다. 또한 주택처럼 규모가 작은 건물도 인허가 및 준공승인에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자발적 시행을 독려하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에너지자립 건축물의 확대는 현재 제주의 미래를 걸고 야심차게 추진되고 있는 '카본프리아일랜드제주 2030' 플랜의 성공과도 무관치 않다. 신규건물들이 가가호호 에너지원을 신재생에너지로 자립해간다면 전기차 보급완료 후 전력수요에 대한 걱정뿐 아니라 지금까지 공공주도로 단지를 지정하는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으로 생겼던 갈등과 마찰요소 역시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탐라의 빛과 바람으로 육지에 전기를 역송전하는 제주도, 꿈같은 미래의 출발은 에너지자립주택에 있다. 우리 모두의 관심과 이해, 그리고 실천의지를 모아야할 때이다. <허경자 (주)대경엔지니어링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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