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해피엔딩…'최악의 하루'

그래도 해피엔딩…'최악의 하루'
  • 입력 : 2016. 08.19(금) 09:43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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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최악의 하루'(김종관 감독)는 힘든 하루를 겪은 누군가가 자기 전에 써내려간 일기를 몰래 읽는 듯한 영화다.

이런저런 일로 느꼈을 속상함, 누군가에 대한 원망, 이불 속에서 발차기할 만큼의 부끄러운 감정 등이 고스란히 담겼지만, 그래도 내일에 대한 희망과 기대로 마무리한 한편의 일기 말이다.

'최악의 하루'는 배우 지망생 '은희'(한예리)가 오늘 처음 본 일본인 남자와 현재의 남자 친구, 한때 만났던 남자를 하루 동안 잇따라 만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잔잔하게 그린 멜로 영화다.

연기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은희'는 길을 묻는 일본인 소설가 '료헤이'에게 직접 길 안내를 해준다.

이 때문에 남산에서 드라마를 촬영하던 남자 친구 '현오'(권율)와의 약속 시간에 늦은 '은희'는 그와 싸울 듯 말듯 아슬아슬한 대화를 나누다 자신을 전 여자 친구 이름으로 잘못 부르자 불같이 화를 내며 돌아선다.

남산에서 내려오다 '은희'가 맞닥뜨린 사람은 다름 아닌 전 남자 친구 '운철'(이희준). 이혼남이라는 사실이 들통나 헤어졌지만 '은희'를 잊지 못하고, 그녀가 SNS에 올려놓은 사진을 보고 남산으로 달려왔다.

영화는 극적인 사건 없이 소소한 에피소드로 이어지지만, 마치 우리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극 중 갈등의 계기는 거짓말이다. 각 인물들은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려고 얄팍한 거짓말을 늘어놓다가 뒷감당을 하지 못한다.

상대남에 따라 20대의 상큼한 매력을, 혹은 30대의 농염함 등 다양한 모습을 드러내는 '은희'의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김종관 감독은 "사람들은 누구나 하나의 성격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만나는 사람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된다"며 "이렇게 서로 다른 성격을 보여주던 인물들이 한자리에 만나면 어떤 일들이 생길까 하는 궁금증에서 대본을 썼다"고 말했다.

각각의 남자들이 은희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앞뒤 안 가리고 던지는 낯간지러운 대사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극 중 일본인 '료헤이'(이와세 료)를 제외하면 나머지 두 인물은 속물에다 '지질한 남자'의 표본처럼 그려진다.

'현오'는 화난 여자친구를 달래려고 "나는 진짜 너뿐이야" ,"이 한 몸 다 바쳐서 한평생 사랑할 거야"라고 말한다.

유부남 '운철'은 "어떻게 진실이 진심을 이길 수 있느냐"며 매달리면서도 "행복해지지 않으려고 아내와 재결합하기로 했다"고 말해 오만 정이 떨어지게 한다.

'현오' 역을 맡은 배우 권율은 자신의 캐릭터를 "종이처럼 얄팍한 인물"이라고 소개했고, '운철'역의 이희준은 "멜로 영화사상 가장 진상 캐릭터"라고 평가했다.

한국 남자와는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해하던 '은희'가 일본인 소설가와는 서툰 영어로도 깊은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일본 배우 이와세 료가 한국인 독자를 만나러 온 소설가 '료헤이'역을 맡아 섬세하면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영화의 주 무대는 남산길과 경복궁 서쪽에 있는 서촌(西村)이다. 주인공들의 동선을 따라 카메라에 담긴 이곳 풍경이 낯익으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보통 40~50회를 찍는 일반 상업영화와 달리 16회 촬영만으로 완성한 저예산 영화다. 8월 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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