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며]세계환경수도의 불편한 진실

[하루를 시작하며]세계환경수도의 불편한 진실
  • 입력 : 2016. 08.31(수)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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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까지 제주도는 세계환경수도로 인증받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환경허브도시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함으로써 처음보다 목표치를 다소 낮춘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어쨌든 세계적인 환경도시에 대한 비전은 변함이 없어 보인다.

세계환경수도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기준에 도달해야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역시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낮추는 일일 것이다. 이산화탄소야말로 지구온난화를 가져오는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다.

어떤 이는 '탄소 제로섬'을 주장하기도 한다. '탄소 제로섬'이란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흡수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비슷하여 상쇄됨으로써 탄소가 제로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탄소 제로섬'과 관련하여 현재 가파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 눈길을 끈다. 제주도에서는 이 사업이 성공할 경우 전 도(道)로 확산한다는 복안을 내비치고 있다.

현재 가파도에는 250㎾급 풍력발전기 2대와 전체 섬 거주민 120여 세대 중 절반 정도의 가정에 태양광 집열판이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전선이 모두 지하에 매설돼있어 전신주가 없다는 것도 이 섬의 특징이다. 에너지를 모두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바꾸고 운송 수단도 전기차로 바꾸었다니 그 성공여부가 자못 기대된다. 하지만 도민들은 비슷한 시도를 했던 마라도의 경우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에너지를 자립한다고 풍력발전기를 세우긴 하였는데 고장 난 채 을씨년스럽게 서 있던 모습을 말이다. 더는 보여주기 식 전시행정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요즘 제주도에는 전국 어느 자치단체보다도 전기자동차가 활성화되고 있다 한다. 제주도는 이동 구간이 짧기 때문에 전기자동차가 활성화되기에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다. 지인이 운전하는 전기자동차를 타본 적이 있다. 소리도 없고 매연도 없으니 한 번 충전으로 운행할 수 있는 거리가 현재의 두 배만 되어도 그야말로 꿈의 교통수단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전기차가 과연 친환경차라 할 수 있을까? 여기에는 약간의 단서가 전제되어야 할 것 같다. 가파도의 예처럼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로 움직인다면 전기차는 친환경차가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화석연료를 사용한 화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로 충전한다면 여전히 막대한 양의 탄소를 발생시킨다고 볼 수 있다. 전기가 가정에 도달하기까지 손실을 생각한다면 전기자동차는 에너지 비효율의 주범이 될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에너지를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한 전기자동차로 바꾼다 하더라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연구와 투자를 지속적으로 해야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라 할지라도 화석연료가 고갈되는 시점이 점점 가까워 오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환경수도는 선언만 하면 달성되는 마술상자가 결코 아니다. 이러한 비전은 제주도민이 불편을 감수하겠다는 합의가 있을 때라야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일상생활에서 우리의 소비생활을 한 번 살펴보자. 주부가 시장을 갈 때도 차를 끌고 나간다. 그 결과 도로는 자동차로 넘쳐나고 자동차가 내뿜는 매연으로 도시는 숨쉬기도 곤란할 지경이다. 자동차를 가지고 나가지만 주차할 곳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골목을 배회한다. 이때 발생하는 매연이 도시를 이산화탄소로 가득 채울 것이다.

우리가 풍족함과 편리함을 추구하면 추구할수록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이산화탄소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한 번 물어보자. 우리는 과연 지금까지의 생활패턴을 바꿀 각오가 되어 있는가. <권재효 지속가능환경센터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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