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나 영유아가 있는 가정은 올 여름 무더위로 심신이 지친 가운데 아이들이 각종 피부질환으로 시달리면서 이중고를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무덥고 습한 여름철은 농가진이나 봉와직염 등 피부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제주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재홍 교수가 소아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무덥고 습한 때 농가진·봉와직염 많아감염성 높고 물집·고름·딱지가 특징적철저한 위생관리로 질환 예방은 가능
기록적인 폭염도 가을이라는 계절을 거스를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간의 폭염으로 인한 적잖은 후유증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주변 환경의 변화에 민감한 유행성 감염으로 병원을 찾는 아이들의 질환 변화에서 계절을 읽을 수 있다는게 전문의들의 의견이다. 특히 소아에서는 많은 감염 질환이 소위 '유행 시기'를 갖고 있는데, 무덥고 습한 여름철에는 농가진이나 봉와직염과 같은 감염성 피부질환도 조금 더 자주 볼 수 있다. 제주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재홍 교수의 도움으로 여름철에 많이 나타나는 소아 피부감염 질환에 대해 알아본다.
최재홍 교수
농가진이란 세균에 의한 표재성 피부 감염을 말한다. 주로 무덥고 습기찬 환경에서 소아나 영유아의 피부에 잘 발생한다. 물집, 고름, 딱지가 특징적이며 수포성 농가진과 비수포성(접촉전염) 농가진의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포도상 구균과 A형 연쇄상 구균이 대표적인 원인균이며, 고온 다습한 환경인 여름부터 늦은 여름에 흔하다. 위생상태가 불량한 환경에 있는 아이에게 감염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염경로는 오염된 손톱이 주 감염원이 되며, 특히 코 안쪽이나 겨드랑이 등 피부에 상재해 있는 균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어른들은 수영장이나 사우나 등이 감염원이 되기도 한다.
비수포성 농가진의 경우 전체 농가진의 70% 정도로, 주로 얼굴이나 팔다리에 2~4㎜의 붉거나 맑은 노란색의 장액이 있는 작은 수포가 처음에 생겼다가 터지면서 노란 딱지로 변하게 된다. 병변 하나를 보았을 때는 주변 부위가 붉게 변하면서 점차 바깥쪽으로 퍼지면서 중심부는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지만 긁는 부위에 따라 전신으로 퍼지기도 한다. 신생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수포성 농가진은 2㎝ 이상의 큰 물집으로 빠르게 번지며 쉽게 터지나 두꺼운 딱지를 형성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신생아에서 발생한 농가진의 경우 병변이 전신으로 퍼질 수 있으며 드물게 패혈증 등이 동반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농가진은 특별한 검사 소견 없이도 병변의 특징만으로 쉽게 진단할 수 있지만 치료가 잘 안되거나 전신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세균배양 등의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 치료는 병변 발생 초기에 물과 비누로 병변을 깨끗하게 씻어주고 항생제 연고를 바르는 것이 좋다. 감염부위가 넓거나 전염성이 강한 경우에는 경구 또는 주사 항생제가 필요하기도 하다. 대부분 2주 이내에 자연적으로 치유되지만 자주 재발되는 경우 코나 겨드랑이의 포도알균이 상재해 있을 경우도 고려해 보다 적극적인 치료를 요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농가진이 전신으로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 아이들의 손과 손톱을 깨끗이 하고 피부를 긁지 못하게 하거나 옷이나 침구류를 소독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가진의 원인과 종류.
봉와직염은 역시 피부의 세균 감염에 의한 질환이며, 농가진과 비교했을 때 피부의 깊은 층인 진피와 피하조직까지 침범하는 질환이다. 소아보다는 나이가 많은 고령환자나 면역저하 환자 등에서 발생률이 높으나 여름철 모기 물린 부위를 심하게 긁고 난 뒤에 발생한 봉와직염으로 병원을 찾는 아이들도 많다.
원인균은 농가진과 비슷하게 포도상 구균과 A군 연쇄상 구균이 대부분이며, 외상이나 선행 피부감염이 있을 때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발병 초기에 발열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으며 홍반이 뚜렷해지면서 주위로 퍼져가고 붓게 되며, 진행하면서 나중에 물집과 농이 나타나기도 한다. 병변 부위가 따뜻하며 통증도 흔하게 동반된다. 주변 림프절이 붓게 되는 경우도 있으며 근막염, 골수염 등의 합병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임상 증상으로 진단이 가능하며, 주사 항생제를 투여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봉와직염이 의심될 때는 반드시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병변 부위의 냉찜질이 도움이 되며 벌레 물린 상처에 대해 국소적으로 항생제 연고를 도포해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뚜렷한 예방법은 없으나 평소 피부와 손을 깨끗이 관리하고 벌레물린 부위를 긁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다. 조상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