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곳곳에 풍경이라는 예술을 품은 제주엔 다양한 미술관과 박물관도 존재한다. 탐라시대부터 제주시대까지 섬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국립제주박물관과 제주인의 삶과 혼이 담긴 문화재를 전시하고 있는 제주대학교박물관, 제주의 독특한 토속성을 엿볼 수 있는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같은 국공립 박물관은 관광객과 이주민에게 제주여행 첫 코스로 추천할 만하다. 사립 중에서는 제주시 탑동에 들어선 아라리오뮤지엄이 구도심에 활기를 불어넣고, 남쪽 삼달리에는 천 개의 바람으로 남은 사진가 김영갑의 갤러리두모악이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 제주는 문화 이주민들의 활동 덕분인지 다양한 문화예술행사가 끊이지 않아 외형만 보자면 가히 문화 중흥 시대를 맞이했다. 취향과 기호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여기에 한몫하고 있는 것이 바로 박물관과 미술관이다. 저자는 인구와 경제 규모에 비해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많이 들어서고 있다는 점을 최근 10여 년간 제주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 중 하나로 꼽는다. 시각적 포만감을 추구하는 여행에서 나아가 이제는 발품을 팔며 꼭 찾아가야 할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떠나는 여행이 필요한 시점이 됐음을 보여준다.
책은 크게 세 가지 기준으로 뮤지엄을 선정했다. 우선 제주의 역사와 풍속사를 알 수 있는 민속문화사박물관, 제주의 풍광과 어우러져 개성을 보여주는 미술관에 주목했다. 제주의 문화발전을 하드웨어적 역할을 수행하는 공립뮤지엄, 제주인의 삶과 문화를 들여다보는 소프트웨어적 탐색을 제공하는 소규모의 테마박물관이 해당된다. 두 번째는 제주의 숨결을 받은 미술가들의 작품과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뮤지엄으로 추사 김정희, 이중섭, 김영갑 등 작가들의 삶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마지막으로 제주 예술인과 마을주민들이 이룬 문화예술마을을 만날 수 있다. 전국에서 모여들기 시작한 문화예술인들이 마을주민과 공공미술을 협업하면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현장이다.
외가가 제주이면서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에서 미술이론을 공부한 저자는 미술관과 박물관을 통해 예술을 품은 보물섬 제주를 재조명했다. 저자의 말처럼 "뮤지엄이라는 창을 통해 제주를 색다르게 보고자 하는 여행객을 위한" 그리고 "제주인의 삶과 정체성, 외지에서 이식된 세련된 문화를 반영하는 뮤지엄들의 존재를 통해 제주미술사는 물론 인문학적 지식을 넓고 깊게 확장시킬" 새로운 제주 안내서라 할 만하다. 더블:앤.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