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국제 상황은 금융 위기와 인플레이션, 국가 경제가 어렵다는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식상할 정도로 침체돼 있다. 이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경제학자들을 비롯해 여러 학자들의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이자 세계적인 석학 케네스 로고프는 모든 해결책이 '종이 화폐'에 있다고 주장한다.
마이너스 금리, 환율, 금, 전자화폐 등 모든 문제들이 종이 화폐 폐지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신용카드와 현금카드,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가상 화폐로 넘어가고 있는 시기에 종이 화폐가 어떤 걸림돌이 된다는 것인가?
저자는 이 책에서 종이 화폐의 의미에 대해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때문에 책을 구성하는 세 파트(1~3부) 중에서도 많은 부분(1부: 지폐의 어두운 단면)을 화폐에 할애하고 있다. 종이 화폐의 역사와 발달 과정부터 종이 화폐가 가진 장단점을 서술하면서 이로 인해 생겨나는 폐해, 특히 고액권 위주로 편재돼 있는 현 화폐 시장의 문제점을 보여준다. 그는 여러 국가들의 상황을 사례로 들면서 고액권 지폐를 폐지할 경우 탈세를 비롯한 마약 거래나 인신매매 부정부패 등의 불법 거래를 줄일 수 있으며, 이는 국가의 조세 수익 증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2부(마이너스 금리와 경제 활성화)에서는 세계 불황에서 벗어날 방안으로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방법은 좋으나 금리를 변동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한다.
또한 지폐는 엄밀히 말하면 제로금리의 무기명 소지자 채권이며 이러한 특성이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높다고 것. 따라서 지폐를 폐지하는 것이 실효성 있는 금리 정책을 가능하게 하고, 나아가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을 활성화시켜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편 저자는 지폐의 미래가 폐지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에 동조를 하면서도 지폐의 폐지를 반대하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마지막 3부(국제 공조와 디지털 화폐)에서는 종이 지폐가 가진 편리함과 개인의 사생활 보호, 특히 금융 기관을 이용하지 않는 사회적 약자의 입장도 함께 생각하면서, 더 나아가 지폐가 폐지된 후 야기될 문제까지도 신중하게 검토하며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이 책은 현재의 국제 상황과 더불어 종이 화폐의 생명력이 다해가고 있음을 자료를 통해 확인시켜 주면서 고액권 지폐의 단계적 폐지라는 화폐의 미래상을 그려주고 있다. 책과 함께 화폐의 미래를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최재형 옮김. 다른세상.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