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Ⅵ](30) 결핵

[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Ⅵ](30) 결핵
바로 옆에서 기침을… 혹시 결핵균이?
  • 입력 : 2016. 09.23(금)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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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결핵은 국가에서 관리하고 있는 제3군 법정전염병중 하나이다. 주로 호흡기를 통해 결핵균에 감염(잠복결핵)되고, 이후 몸속에 잠복돼 있던 결핵균이 활성화되면서 폐실질을 파괴하고 타인에게 호흡기를 통해 전염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사진은 결핵예방포스터

폐결핵은 국가관리 제3군 법정전염병
활동성폐결핵 발병 예측 어려워 만연
2014년 제주서 500여명 발생 추정돼


45세 A씨는 얼마 전 무릎통증이 심해져 정형외과의원을 방문했다.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권고에 따라 수술날짜를 잡았다. 평소 간간히 기침이 있었고, 기침약을 수 차례 복용하며 지냈다. 병원에 입원해 수술전검사로 시행한 흉부엑스레이에서 폐결핵이 의심돼 흉부단층촬영(CT)을 했고, 이후 몇가지 검사를 통해 폐결핵을 확진받았다. 항결핵제를 복용하면서 수술을 받았고 무릎통증이 호전됐다. 6개월간 항결핵제 치료를 받고 폐결핵 완치 판정을 받았다. 제주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이재천 교수가 소개한 결핵 진료 사례이다.

폐결핵은 주로 호흡기를 통해 결핵균에 감염(잠복결핵)되고, 이후 몸속에 잠복돼 있던 결핵균이 활성화되면서 폐실질을 파괴하고 타인에게 호흡기를 통해 전염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국가에서 관리하고 있는 제3군 법정전염병 중 하나로 발병 시 지체 없이 신고하도록 돼 있다.

타인이 배출한 결핵균이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들어와 감염돼 있는 상태를 잠복결핵(latent tuberculosis)이라고 부른다. 잠복결핵 상태에서는 감염된 사람의 폐를 손상시키지 않고, 타인에게 결핵균을 전파시키지도 않는다. 일정기간 후에 잠복결핵 상태의 결핵균이 활동을 시작하게 돼 폐 조직을 파괴하고 타인에게 결핵균을 옮길 수 있는 상태로 발병하게 된다. 이 상태를 활동성 폐결핵이라고 부르며, 전통적으로 흉부엑스레이 이상 소견 환자에게 객담검체에서 결핵균의 존재를 확인해 확진한다. 결핵균은 약 두달간의 배양기간을 거쳐야 결핵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흉부엑스레이 보다 정밀한 흉부단층촬영(CT)과 객담검체의 유전학적 검사(PCR) 등을 도입해 이전보다 빠르고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다.

제주대학교병원 연도별 폐결핵 확진 환자수.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매년 발표하는 세계결핵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도 우리나라에서 한해 10만명당 86명의 폐결핵환자가 발생했다. 제주도 인구를 60만명이라고 보면, 2014년 한해 제주도에서만 500여명의 폐결핵환자가 새로 발생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보건당국, 의료계, 학계의 다방면의 노력으로 폐결핵환자가 이전보다 많이 줄고 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드물지 않게 발병하고 있으며 OECD 국가 평균인 10만명당 13명에 비해 많다.

폐결핵이 더 만연했던 과거에는 기침, 객담 등의 증상이 몇 주 이상 지속되면 흉부엑스레이를 찍도록 권고해 폐결핵 환자를 조기에 찾아내 치료했다. 최근에는 건강검진, 학교검진, 첨단 검사방법 도입 등으로 조기에 발견하고 있다. 폐결핵 환자수는 최근에도 줄고 있지만 대표적인 후진국병인 폐결핵이 지금도 우리나라에 만연한 이유 중 하나는 결핵균에 감염된 잠복결핵 상태에서 활동성 폐결핵으로 발병하는 기간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연령별 폐결핵 확진 환자.

앞의 사례는 폐결핵을 진단받고 치료받은 평범한 폐결핵 환자의 이야기이다. 경미한 증상이 있었지만 무릎 수술로 인해 비교적 조기에 발견, 문제없이 치료됐다. 폐결핵이 확진되면 항결핵제로 치료한다. 표준치료에 사용되는 항결핵약물에 내성을 갖는 약제내성결핵을 제외하면 항결핵제 6개월요법만으로 90%이상 완치된다. 항결핵제 복용을 시작하면 결핵균의 전염력은 급격히 떨어져 1~2주이상 항결핵제 복용시 전염력은 없다. 이 평범한 사례를 잠복결핵의 개념으로 보면 쉽지 않은 문제들에 직면하게 되며, 폐결핵 환자의 관리만으로는 폐결핵 퇴치가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 폐결핵 사망건수(인구 10만명당, 2015년 세계보건기구 결핵보고서).

이재천 교수에 따르면 A씨는 어느 시점에 누군가로부터 결핵균에 감염된 잠복결핵 상태로 있었다. 활동성 폐결핵이 발병한 시점을 정확하게 짚어낼 수는 없지만 간간히 기침을 한 시점부터라고 가정해보면, 폐결핵 확진 후 치료받기 전 상당기간 결핵균을 타인에게 전파한 감염원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 가족들은 물론 밀폐된 공간에서 하루 8시간씩 근무를 했던 회사 동료들 중 누군가에게 결핵균을 전파했을 가능성이 있다. 얼마 전 회사연수원에서 며칠간 숙소를 같이 사용한 타 지역 회사 동료,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자주 만난 동네 이웃들에게도 전파했을 가능성도 있다. 무릎통증으로 수차례 물리치료를 받았는데 거기 근무하던 물리치료사는 물론 무릎수술을 위해 입원한 병원 병실을 같이 쓰던 다른 환자와 보호자, 폐결핵을 진단하고 치료했던 의료진은 괜찮을까? A씨의 가족들은 모두 접촉자검진을 받았다. A씨가 다니던 회사의 같은 방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접촉자검진을 받도록 권유했다.

국내 폐결핵 발병건수(인구 10만명당, 2015년 세계보건기구 결핵보고서).

결핵진료지침에 따르면 활동성 폐결핵이 의심된 시점에서 약 4~12주전부터 전염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환자와 접촉한 사람에게 결핵균이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8시간 이상 밀폐된 공간에 같이 있는 경우를 밀접, 그 외를 일상 접촉자로 분류하고, 밀접 접촉자는 결핵균 감염여부를 검사하는 '접촉자검진'을 받도록 권유하고 있다. 현재 국가결핵사업에서는 동거 가족에 한해 접촉자검진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제주도내에서는 각 보건소는 물론 2012년부터 제주대학교병원에서 결핵퇴치를 위한 민간공공협력사업에 참여해 결핵환자 관리 및 접촉자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재천 교수는 "잠복결핵으로 확진되면 수개월간 항결핵제를 복용하는 잠복결핵치료를 꼭 받아야 하나하고 궁금해 할 것이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 활동성 폐결핵으로 이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모든 잠복결핵환자가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국내 결핵진료지침에서는 폐결핵 발병의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질환(후천성면역결핍증(HIV), 장기이식 혹은 류마티스질환 등으로 면역억제제 사용, 만성신부전, 당뇨병, 위절제술 받은 환자 등)이 있는 사람들의 잠복결핵 치료를 권유한다"고 덧붙였다. <제주대학교병원·한라일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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