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Ⅵ](31) 유해화학물질과 영유아

[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Ⅵ](31) 유해화학물질과 영유아
가습기 살균제 공포… '친환경'에 현혹되지 말아야
  • 입력 : 2016. 09.30(금)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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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페놀A 미검출 제품 광고 안심 '금물'
젖병… 공갈 젖꼭지·분유 등 선택시 유의
멸균과정 거쳐 사용… 세척·보관도 철저


2008년 대학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원인모를 간질성 폐질환으로 사망하는 환자들이 있었다. 환자들은 연령대는 다양했지만 원인균이 규명되지 않는 전반적인 폐의 침윤을 동반했고, 치료에도 호전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인공호흡기의 합병증인 기흉이 쉽게 생기면서 급속히 악화돼 사망했다. 당시 일부 전문의들은 봄만 되면 이런 환자들이 발생한다고 해 모종의 바이러스가 원인이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했었던 때였다. 지금은 흔히 알려진 가습기 살균제의 사용으로 인한 피해 사례들이다. 최근에는 생활 속에서 흔히 사용되는 여러 화학 물질들에 대한 경계심이 증가하고 있어 '친환경', '오가닉'이라고 이름 붙인 아이들용 제품들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제주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윤주 교수의 도움으로 가습기 살균제 공포 등 유해화학물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성인에 비해 작은 몸에,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 여러 화학물질에의 노출은 성인에 비해 더 좋지 않은 결과를 낳게 되리라는 것은 딱히 연구결과를 내밀지 않더라도 쉽게 유추할 수 있는 게 사실이다. 그 중 환경호르몬이라고 국내에 잘 알려진 물질은 쉽게 설명하면 몸에서 작용하는 호르몬과 유사한 화학적 구조를 갖고 있어 실제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안드로겐, 갑상선 호르몬과 같은 물질의 작용을 교란 시키는 작용을 하며 몸에 축적되고 잘 대사되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김윤주 교수

아기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환경호르몬은 아마 비스페놀(Bisphenol)일 것이다. 신생아들이 사용하는 젖병에서 흔히 발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젖병을 구입하러 가면 젖병의 소재로 사용한 플라스틱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특성상 뜨거운 물을 자주 붓게 되므로 높은 온도에서도 변형이 되지 않는 플라스틱 소재로 적합한 것들이다.

최근 플라스틱 용기에 대한 경계가 많아지면서, 많은 제품들이 BPA(Bisphenol-A) free를 광고에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PP(폴리프로필렌), PES(폴리에스테르설폰), PPSU(폴리페닐설폰) 젖병 모두에서 'BPA-free, BPA가 발견되지 않는'이라는 문구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비스페놀 A가 검출되지 않는 플라스틱 젖병이나 플라스틱 소재의 물병, 그릇들은 모두 안전한 걸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BPA-free라고 라벨이 붙어 있는 병이나 용기를 분석한 결과 BPA가 아닌 다른 내분비 교란 물질이 확인됐다. PES 플라스틱을 사용한 제품에서는 비스페놀 A는 발견되지 않지만, 비스페놀 A를 대체하기 위해 비스페놀 S(BPS)를 사용하고 있다. BPA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BPS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BPS는 BPA의 사촌쯤으로 불리는 물질로 피부로도 매우 잘 흡수되는 성질을 갖고 있고 영수증을 출력하는 종이에 흔히 사용되는 플라스틱이다.

2014년 한 연구는 BPA를 사용하지 않는 대체 플라스틱들이 여전히 환경호르몬을 배출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BPA free라는 말이 더 이상 "non-toxic, 해롭지 않은" 이란 의미가 아니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 이 때문이다. BPS 자체를 new BPA라 칭하고 있으며 BPA-free의 제품에도 BP-S가 사용됨으로서 거의 유사한 작용으로 신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우리 아이들을 화학 물질로 부터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결국 가능한 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물질을 피하는 것이 좋겠다. 그러나 생활속에서 피할 수 없다면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하면 된다고 김윤주 교수는 조언했다.

첫번째, 젖병에 사용되는 젖꼭지나 공갈젖꼭지는 실리콘으로 만들었는지 확인하고 구입한다. 라텍스로 된 젖꼭지에서는 발암물질이 검출된 적이 있다. 젖꼭지의 색이 변하거나 얇아지거나 찢어졌다면 폐기한다.

두번째, 유리 젖병 사용을 고려한다. 깨질 가능성이 있고, 무거워 유리 젖병의 사용이 꺼려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어떤 플라스틱도 화학 물질로부터 안전하지 않으며 환경 호르몬의 유출의 가능성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플라스틱 젖병을 사용한다면 플라스틱에 흠이 생기면 교체하는 것이 좋다.

세번째, 액상 분유 보다는 가루 형태의 분유가 좋다. 액상 분유를 담았던 플라스틱 용기에서 화학물질이 유출돼 녹아들 수 있다. 메탈 캔에 담겨 있는 액상 분유가 가장 높은 농도의 BPA를 함유 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네번째, 플라스틱의 종류를 확인한다. 흔히 사용되는 페트병은 재활용 하지 않고 한번 사용해야 하며, BPA를 사용한 폴리카보네이트를 사용한 플라스틱은 아닌지 확인이 필요하다.

다섯번째, 모든 플라스틱 용기, 젖꼭지, 공갈젖꼭지 등은 멸균 과정을 거친 다음 사용한다. 세척시 뜨겁지 않은 따뜻한 물에 씻고, 식기세척기의 사용을 피해야 하며 어둡고 차가운 곳에 보관 하는 것이 좋다. 잦은 열탕 소독은 플라스틱의 손상을 가져와 화학물질의 유출 가능성이 있다.

여섯번째, 플라스틱병에 든 우유를 데울 때 전자레인지의 사용 및 끓고 있는 물에는 피해야 하며 뜨거운 물에 열탕하는 것이 좋다.

우리의 환경에서 노출되는 화학물질은 플라스틱 뿐만 아니라 생활 곳곳에서 다뤄지고 있다. 주방세제, 세탁세제, 로션, 선크림, 샴푸, 일회용 기저귀 등 태아 시기에서 부터 출생 이후 지속적으로 노출 되는 것이 화학물질이며 모두가 우려스럽지만 각각의 영향에 대한 취사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모든 물질들에 대해 모두 경각심을 갖고 살기는 어렵겠지만 내가 자주 사용하는 기성품이 어떤 것으로 만들어져 있는지 정도에 대한 관심은 한번쯤 갖는 것이 좋다고 김윤주 교수는 강조했다. <제주대학교병원·한라일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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