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이 부러운 이유

[백록담]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이 부러운 이유
  • 입력 : 2016. 10.03(월)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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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찾은 대구는 너무도 황량했다. 오가는 이 하나 없는 적막강산이었다. 대로를 오가는 대중교통 수단만이 간간이 눈에 띌 뿐이었다. 대구의 무더위는 그만큼이나 유명했다. '대프리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대구'와 '아프리카'를 합친 조어다.

20여년이 흐른 지금, 대구의 사정은 확연히 달라졌다. 변화는 올해 8월의 기온특성을 살펴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유례없는 폭염을 기록한 올해 여름, 8월 한 달 동안 서울의 열대야 일수는 20일에 이른다. 지난 1994년 이후로 두 번째다. 반면 대구의 열대야 일수는 14일에 불과했다. 제주(25일)는 물론 인천(24일), 부산(20일)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변화의 물꼬는 1990년대 후반 시작됐다. 중구 동인동 중심가에 몰려있던 경찰서·중구청 등 공공기관들이 사옥을 이전하면서다. 이전으로 도심에 4만3000㎡(약 1만3000평) 규모의 공터가 생겨났다. 대구시는 무수한 유혹과 반대를 이겨내고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을 조성했다. 공원에는 3만9000여 그루의 각종 나무가 심어졌으며 지금은 울창한 숲으로 변모했다. 2·28기념중앙공원(1만4000㎡)에는 1만5000여 그루, 경상감영공원(12만9000㎡)에는 12만9000여 그루, 달성공원(12만9000㎡)에는 6만7000여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현재 대구시의 녹지 비율은 61.1%로 울산(69.8%)에 이어 대도시 가운데서는 전국 2위를 자랑한다.

도시숲이란 도시민의 보건 휴양, 정서 함양, 체험활동 등을 위해 조성된 산림과 수목을 일컫는다. 도시 내 공원, 학교 숲, 산림공원, 가로수 등이 대표적이다. 면 단위 지역과 국립·도립공원 같은 자연공원은 제외된다.

도시숲은 도시와 그 도시에서 생활하는 도시인들에게 수많은 혜택을 준다. 여름 한낮의 평균기온을 3~7℃ 내려 줄뿐만 아니라 습도는 9~23% 상승시켜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 소음 감소와 함께 대기정화 기능도 탁월하다.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되어 주기도 하고, 어떤 이들에게는 심리적인 안정효과를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제주시 도남동 시민복지타운 제주시청사 부지(4만4700㎡)를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제주자치도는 공공임대주택을 지을 최적의 장소라고 주장한다. 지난 8월엔 시민복지타운에 행복주택 700세대 등 공공임대주택 1200세대를 공급하는 내용의 제주형 주거복지 정책의 윤곽을 공개했다. 최근엔 국토교통부의 승인도 이끌어 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간의 '과정'을 문제삼으며 이의를 제기한다. 당초 시민복지타운은 지난 1997년 중앙공원으로 출발했다. 2002년엔 제주시청사 부지와 택지가 포함된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2011년 재원조달 문제로 시청사 이전이 무산됐다. 부지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2012년엔 민자 공모까지 진행했지만 아파트, 호텔 건립사업은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주택용지로 활용하는 계획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교통·주차난 악화를 우려해서다. 후세대를 위한 녹지공간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조성 당시에도 반대 여론은 만만치 않았다. 대구시 고위 공무원들은 "매각해서 시 예산에 보태자"고 주장했다. 1998년 기준으로 시가 1600억원이 넘는 금싸라기 땅이었으니 유혹 또한 적잖았다. 유수의 건설업체들이 앞다퉈 아파트 같은 대규모 건설을 제안했다. 반대와 무수한 유혹을 이겨낸 결과는 현실이 증명한다. 대구시와 대구시민 모두에게 풍성한 혜택을 나눠주며 자연의 진정한 가치를 일깨워 주고 있다. <현영종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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