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며]제주, 생의 감각(感覺)을 위하여

[하루를 시작하며]제주, 생의 감각(感覺)을 위하여
  • 입력 : 2016. 10.05(수)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최근 제주시 인구가 48만명에 이르렀다는 보도에 대해 제주도민들은 어떤 생각들일까. 아직 제주도의 인구가 70만에 이르지 않은 것으로 본다면, 서귀포시는 20만명이 안 된다는 말이다. 서귀포시보다 제주시가 두 배 이상의 인구 분포를 나타내고 있다. 여러 요인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제주도의 균형을 고려하면 문제가 심각하다.

그런데 며칠 전 보도에서는 8월에 이르러 제주로 유입되는 인구가 지난해보다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이 현상은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현재 1000만명이 넘는 서울시의 인구가 2040년에는 900만명 이하로 줄어든다는 보고서가 있다. 인구 감소의 현상은 심각한 문제이지만 쉽게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런데 제주도의 인구가 해마다 늘다가 8월에 이르러 주춤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인구 감소의 현상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제주도는 2007년 9월 제주올레 제1코스(말미오름-섭지코지)를 개장하면서 특히 내국인으로부터 특별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개장되는 올레 코스를 따라 민박, 펜션, 식당 등이 즐비하게 들어서게 되었고, 환경으로 보면 그 가치를 가늠할 수 없는 제주의 땅들이 투기의 대상이 되거나 무절제하게 개발이 되었다. 건축업자들의 말에 의하면 지금은 카페, 펜션, 타운하우스 등을 지으려 해도 제주도 전 지역에 남는 땅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도내 한 업체에서 제주관광의 유형을 알아보기 위해 설문 조사한 것에 따르면 20~30대는 유명 맛집과 카페 둘러보기, 40~50대는 조용한 휴가와 편안한 휴식 그리고 외국인 관광객들은 업무상이거나 쇼핑이 제주도를 찾는 이유에서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한다. 이것은 진정한 제주도 관광의 테마는 아니다. 문득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제주도의 고유한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라는 가공의 공간을 찾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최근 불거진 우도 쓰레기의 문제라든가, 해안도로 및 중산간 일대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 그리고 하수와 오, 폐수의 처리 과부하 문제 등은 일찍이 짐작되고도 남는 문제였다. 이제 제주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물의 문제'도 곧 닥치지 않겠는가. 이런 모든 문제는 우리 제주인들의 책임이다. 지난 도정이며 현 도정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제주도를 그토록 가치 있는 땅으로 여겼다면 우리 모두가 이를 지켜내야 했기 때문이다.

"여명의 종이 울린다. / 새벽별이 반짝이고 사람들이 같이 산다. / 닭이 운다, 개가 짖는다. / 오는 사람이 있고 가는 사람이 있다. // 오는 사람이 내게로 오고 / 가는 사람이 다 내게서 간다. // (중략) 나는 무너지는 둑에 혼자 서 있었다. / 기슭에는 채송화가 무더기로 피어서 / 생의 감각을 흔들어 주었다." -김광섭의 '생의 감각' 중에서

이제 제주도는 본질적 이미지, 생명을 회복하는 일을 생각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제주도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것이 아니었기에 곧 관광 자원으로서의 한계가 드러나고, 진정한 관광객 유치의 효과도 점점 사라지게 된다. 지금까지의 관광 자원들이 유행성이었고, 유행이 사라지면 이마저도 사라지게 되는 일은 너무도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망적 상황에서도 생명의 부활에 대한 자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오는 사람이 내게로 오고 / 가는 사람이 다 내게서 간다'는 깨달음은 나로부터의 반성이다. 이제 우리 제주를 위하여, 진정한 감각을 일깨울 때가 되었다. 더는 관광객들이나 외지인들에게 의지하거나 탓할 겨를이 없다. <좌지수 시인·문학평론가>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1286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