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영화세상]한국사회에 무거운 메시지를 던지다

[주말영화세상]한국사회에 무거운 메시지를 던지다
  • 입력 : 2016. 10.07(금) 00:00
  • 홍희선 기자 hah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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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가벼운 영화를 찾는다면 아래 두 영화는 꼭 피하길 바란다. 노년 성매매를 실감나게 그려낸 '죽여주는 여자'와 이념괴물이 된 듯한 한국 현실을 연상시키는 '그물'이 이번 주 개봉했다.

▶죽여주는 여자= 노인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는 일명 박카스 할머니 '소영'(윤여정)은 종로 일대에서 끝내주게 잘하는 여자로 유명하다.

그녀는 우연히 코피노 '민호'(최현준)를 만나 집으로 데려오고, 집주인 '티나'(안아주)와 옆집 총각 '도훈'(윤계상)은 돌아가며 아이를 돌본다. 그러던 어느 날, 소영은 한때 단골고객이자 뇌졸중으로 쓰러진 송노인으로부터 자신을 죽여달라는 간절한 부탁을 받고 갈등하다 그를 진짜 '죽여주게' 된다. 그 일로 사는 게 힘들어 죽고 싶은 고객들의 부탁이 이어지고 소영은 더 깊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사회적 안전장치가 부족한 한국 사회에서 노인 빈곤율,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한국 고속 성장의 주역이면서도 노년을 홀로 가난 속에서 보내야 하는 노인들, 생존을 위해 유일하게 가진 몸을 팔아야 하는 주인공과 죽는 것만도 못 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녀의 주변 노인들을 통해 '죽여주는 여자'는 한국 영화가 다룬 적 없는 무거운 소재를 영화적으로 묘사한다. 또한 그녀와 한 가족처럼 지내는 이태원 집의 이웃들은 트랜스젠더 집주인, 장애인이자 저소득층 청년, 한국이 낳았지만 아무도 거두지 않은 코피노 소년 등으로 남다른 사연을 가진 이들이다. 자칫 무겁거나 신파로 흐르기 쉬운 소재지만 '죽여주는 여자'는 주인공 소영이 자기 삶에 떳떳하듯, 힘들지만 일상을 즐길 줄 아는 이웃들과의 드라마로 유쾌한 웃음과 따뜻한 공감을 선사한다. 111분. 청소년 관람불가.

▶그물= 북한의 어부 '남철우'(류승범)는 모터가 고장난 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쪽으로 떠밀려 내려온다.

그가 간첩이라는 증거를 찾아내려 한국정보국 조사관(김영민)은 무리한 수사를 강행하고, 이러한 반인권적인 관행에 반대하는 후배 '오진우'(이원근)가 남철우를 보호하려 든다. 가까스로 남철우는 북으로 돌아가지만, 또 다른 고난이 기다리고 있다. 남철우는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물'은 이념이라는 그물에 사로잡힌 이들을 조명한다. 가족을 사랑하고 생에 충실해온 북한 어부 '남철우'(류승범)는 어쩔수 없이 남한으로 오게 되고, 간첩잡기에 혈안이 된 '정보국 조사관'(김영민)에게 고초를 당한다. 김기덕 감독은 폭력적인 고문 장면은 거의 배제하는 대신 조사관이 어두운 조사실에서 작은 라이트 불빛만을 흔들흔들 비추게 하는 등 심리적인 불쾌감을 강조한다. 상하관계가 뚜렷한 조직에서 직속 선배에게 대항하는 정의로운 역할인 오진우는 교과서적이지만, 국정원의 간첩조작사건을 연상하게 하는 상황이 적확하게 표현된다. 또한 '김기덕 영화는 과하게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라는 선입견을 깰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114분. 15세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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