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칼럼]‘성장과 탐욕’, 20세기의 언어에 갇힌 제주

[한라칼럼]‘성장과 탐욕’, 20세기의 언어에 갇힌 제주
  • 입력 : 2016. 10.25(화)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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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주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제주의 비전으로 설정한 이후 제주도정이 선택한 파트너는 중국이었다. 중국의 투자유치는 필수적이며 중국관광객 유치는 당면 과제였다. 그렇게 중국 자본의 영향력은 커져갔다. '차이나 인베이션(Chi-na Invasion)'이라고 할만하다. 수많은 개발들이 제주의 자연을 훼손하고 제주의 공동체를 붕괴시켰다. 하지만 책임을 지는 이는 아무도 없다. 오히려 전직 지사는 한 방송에 출연해 "자동차가 늘어난 것이 국제자유도시의 성과"라고 이야기한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제주 다판다 센터'라는 비아냥을 받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는 여전히 대규모 개발프로젝트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제주도 역시 6조원이 넘는 오라관광지구와 2조8000억원이 넘는 탑동 신항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러한 목소리는 '반대를 위한 반대' 정도로 치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개발과 성장이 과연 제주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20세기의 성장 담론이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는 위기 신호는 세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가 지닌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과 실천들도 다양한 국가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제주는, 제주의 정치인들은 20세기의 언어 안에 갇혀있다. 개발만 되면, 대형 크루즈선이 오면, 1000만 관광객 시대를 넘어서 3000만 관광객 시대가 오면 제주가 더 잘 살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환상이다. 김태환, 우근민 전 도정과 원희룡 도정으로 이어진 개발 전략의 충실한 수행자였던 공무원 집단은 여전히 20세기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대는 바뀌었는데도 정작 제주의 개발은 '중단 없는 전진'을 외치고 있다.

기대를 걸었던 원희룡 도정도 제주의 난개발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 관광객이 넘쳐나면서 제주의 환경총량은 이미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 200일이 넘게 수질 기준을 초과해서 방류되어온 하수처리장이 그렇고, 포화상태에 다다른 쓰레기 매립장 문제가 그렇다. 제주를 제주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주를 서울처럼, 제주를 뉴욕처럼 만들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개발의 탐욕이 지금 제주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잘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냐는 철학은 빈곤하고 아파트값이 오르고, 땅값이 오르는 것에 환호성을 보낸다.

원희룡 도정 역시 과거 도정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성경에 이런 문구가 있다. "너희 땅은 쑥밭이 되었고 도시는 잿더미가 되었으며 애써 농사지은 것을 남이 약탈해가도 보고만 있어야 하니, 아, 허물어진 소돔처럼 쑥밭이 되었구나."(이사야서 1장 7절) 지금 제주에는 광야에서 외치던 이사야처럼 제주의 몰락을 막는 외롭고 정의로운 목소리가 필요하다. 제주 천혜의 자연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졌고, 우리 땅을 중국인들이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 있어도 전체 토지면적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알량한 통계 수치를 위안으로 삼는 공무원들로 넘쳐난다.

'개발만 하면 제2의 하와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제주 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던 1960년대의 제주 지식인들처럼 우리는 어쩌면 개발의 열매가 나에게 떨어질 것이라는 헛된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지 모른다. 내 집과 땅값이 오르고, 외제차를 타고, 성공신화가 가져다주는 탐욕에 취해 그것이 우리의 자식들, 미래세대의 부와 미래세대의 자산을 갉아먹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사실에는 눈을 감고 있다. <김동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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