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왕십리 CGV 아이맥스관에서 3D로 공개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는 극 중 대사처럼 기존 마블영화에 대한 고정 관념을 뒤흔든다.
화면은 수시로 360도 회전하고 분할하며 건물들은 해체와 합체를 거듭한다.
주인공들이 발을 딛고 있는 곳이 땅인지, 하늘인지, 건물인지 구분할 수 없다.
네팔 카트만두와 영국, 홍콩, 미국 도심을 오가며 영화 속 배경은 눈보라가 몰아치는 에베레스트였다가 뜨거운 사막이었다가 지구 밖 우주 공간까지 이어진다.
마블 스튜디오가 14번째로 선보인 '닥터 스트레스인지'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비주얼을 선보이며 영화 보는 내내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느낌을 준다.
불의의 사고로 절망에 빠진 천재 외과 의사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가 갖은 노력 끝에 슈퍼영웅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자동차 사고로 다친 손을 치료하기 위해 네팔의 카트만두로 간 닥터 스트레인지가 그곳에서 스승을 만나 세상을 구원할 강력한 능력을 갖추게 되고, 어둠의 세력과 맞서 싸우게 된다는 내용이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기존 마블영화의 히어로 탄생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닥터 스트레인지는 아이언맨과 헐크, 토르, 캡틴아메리카 등 마블의 역대 슈퍼히어로들을 무색케하는 압도적인 마법의 힘을 지닌 존재로 등장한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한 장면
몸과 영혼이 분리되는 유체이탈은 물론 시공간을 자유자재로 뛰어넘는다. 특히 시간을 다루는 능력은 그의 최대 장기다.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기도 하며 특정 시간을 가둬 같은 순간이 영원히 반복되게 할 수도 있다.
이런 마법이 구현되는 과정을 시야를 꽉 채운 대형 스크린과 3D 화면으로 보고 있노라면 마치 만화경 원통 속에 들어가 돌고 있는 듯해 멀미가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이 영화의 미덕이 특수효과가 빚어낸 전대미문의 영상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캐릭터도 마블의 다른 슈퍼영웅처럼 인간적인 매력을 뿜어낸다. 자기 자신밖에 몰랐던 오만하고 독선적인 천재외과 의사였다가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지지만, 유머를 잃지 않는 인물로 그려진다. 초능력을 쓰지 않을 때는 허당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주연을 맡은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공이 컸다. 그는 원작 만화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까칠하면서도 연민을 느끼게 하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완성했다.
영화 '007 카지노 로얄'에서 악역으로 한국 관객들에게도 알려진 연기파 배우 매즈 미켈슨이 악당 케실리우스 역을 맡아 닥터 스트레인지와 대척점을 이룬다. 스트레인지의 스승인 에인션트 원 역에는 '설국열차'에 출연했던 배우 틸다 스윈튼이 맡아 극의 중심을 잡아줬다.
그러나 급상승과 급강하를 반복하던 롤러코스터 전개는 가장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의외로 밋밋해진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능력을 이미 너무 많이 보여준 탓일까. 후반부 '어둠의 세력'과 한판 대결은 의외로 싱겁게 끝난다. 자연의 법칙을 초월할 정도로 막강한 초능력을 겸비한 주인공 앞에 적수는 더 이상 없는 것처럼 보여진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2018년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합류해 새로운 어벤져스 멤버가 된다. 이에 대한 힌트는 마블 영화의 트레이드마크인 '쿠키 영상'에서 볼 수 있다. 25일 전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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