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칼럼]수주대토… 제주 난개발이 아닌 미래를 생각하자

[한라칼럼]수주대토… 제주 난개발이 아닌 미래를 생각하자
  • 입력 : 2016. 11.01(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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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송나라 시대에 한 농부가 밭을 갈고 있을 때 느닷없이 토끼가 달려와 나무 그루터기에 부딪혀 죽었다. 다음날부터 농부는 농사는 짓지 않고 토끼가 와서 또 부딪혀서 죽기만을 기다렸다는 것이다. 이는 게으르고 우둔한 농부를 비웃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제 일어난 일이 내일도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는 당시의 제자백가(지도자)들을 풍자한 것이다. 이 우화는 당시 법가를 집대성한 '한비자'가 현실의 변화와 미래에 대한 관념이 가장 중요한 시기에 지나간 옛 헛꿈만을 공리공담하는 제자백가들의 어리석음을 꾸짖는 우화다.

작금의 제주가 그러한 것 같다. 30~40년 전 개발논리로 개발지상주의를 공리공담하는 것이다. 지금 제주는 제2공항건설,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 등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크고 작은 많은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제주시내 모 관광단지 개발 사업은 그 규모나 내용으로 볼 때 제주도 심장을 중국 자본에 통째로 넘겨주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민의 삶의 환경과 미래 후세대들의 삶의 질에 대한 최소한의 고민의 흔적도 찾아볼 수가 없다. 더군다나 해결과정에서의 민주적인 절차는 더더욱 찾아보기 어렵다. 청정과 공존이라는 그 사전적 개념과 의미를 통째로 흔들어 버리는 무지한 개발은 제주 도정과 개발업자의 단독 프로젝트로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중국과 청와대 비선 실세들과 연관이 없는지도 꼼꼼히 살펴봐야할 부분이다.

지금 필요한 정책은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어서 삶의 질적 향상과 내용의 풍요로움에 대한 문제의식으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때이다. 과연 현실에 적합한가라는 문제의식과 미래의 삶(환경과 1차산업 등)에 대한 준비와는 많이 동떨어진 재앙 수준의 대책없는 정책으로 개발 지상주의를 관철시키려고 싸우는 모습이다. 그 누가 만들고 또 이끌어 가는지 모를 논쟁의 중심에 해괴한 숫자에 불과한 경제발전이라는 허상을 앞세워 도민들의 소중한 미래의 삶의 터전을 오물 처리장으로 바꾸려고 한다. 과연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 간단하고 상식적인 대답조차 찾아볼 수가 없다. 가만히 힘 안들이고 외부 자본 끌어다가 개발하면 횡재라고 생각하는 것은 농사를 안짓고 어제 왔던 토끼를 기다리는 농부의 어리석음과 무엇이 다를까? 제주도정을 보면서 수주대토(守株待兎)하는 농부가 떠오른다. '한비자'가 지금의 제주로 회생하면 어떤 우화를 만들어서 가르침을 줄까?

제주도정만을 탓하려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난개발정책의 전횡에 호응하는 지식인, 전문가, 언론들의 문제 또한 심각하다. 언론에서는 요즘 로봇저널리즘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주된 영역은 날씨, 증권, 스포츠 분야이다. 결과 중심으로 현상만 다루는 것은 로봇으로도 대체 가능하다. 로봇이 할 수 없는 영역을 다루는 것이 저널리즘에 기초한 언론의 본질이다. 이견과 합의를 다양한 방식으로 노출시켜 공론화하고 그 과정을 도민들이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이슈자체가 도민들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사안이라면 그 본질을 쉽고 간결하게 가공하여 관심을 유발시키고 공론에 참여하게 해주는 것이 본연의 언론이다. 모두가 참여할 수 있게 하여 그 이견과 합의를 도출해 내는 것이 민주주의일 것이다. 제주의 난개발 상황들을 보면서 문득 가수 양희은의 '작은 연못'이라는 옛날 노래가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제주라는 작은 연못에 청정과 개발이라는 붕어 두마리가 살다가 '서로 싸워 한마리는 물 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들어 가 물도 따라 썩어들어 가 연못 속엔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죠…'

<문윤택 제주국제대학교 스마트미디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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