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며]제비를 닮고 싶다

[하루를 시작하며]제비를 닮고 싶다
  • 입력 : 2016. 11.09(수)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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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는 멋쟁이, 귀족이다. 영국의 명문고 이튼스쿨 제복도 연미복이다.

사람들은 여성 잘 홀리는 사내를 제비족이라 한다. 모르시는 말씀, 제비는 일부일처 평생 함께한다. 제비들 살아가는 모습을 알면 그들에게 크게 사죄할 일이다. 흥부네 제비처럼 사람과 친숙하다. 모기와 해충을 없애주는 익조이기도 하다. 언젠가 내 사무실 지붕 처마 밑에 제비 한 쌍이 새끼를 키우는 과정을 유심히 지켜 본 일이 있다. 알 부화시키고 어린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주고, 똥은 물어다 버리며 부부가 자식 키우기에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라니! 얼마쯤 자라니 날기 훈련에 열중이다. 어미는 마당가 전깃줄에 앉았다 날았다 시범보이며 어서 날아보라고 재촉 소리가 요란하다. 머뭇거리던 새끼들이 날기 시작한다. 어미의 응원에 새끼들은 세상 밖으로 높이 높이 날아오른다. 나는 멍하니 서서 우리 교육의 모습을 그려 보고 있었다. 왜곡된 자녀교육, 고달픈 삶, 꺾이래 미래….

우리 교육이 걱정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 교육은 오바마 미 대통령이 칭찬할 정도로 세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높은 교육열, 세계 10위권의 경제, 정치 민주화 등 자신감에 찼었으나 지금은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박 대통령의 씻지 못할 과오로 나라가 패닉상태로 빠진 건 사람 때문이다. 비리 온상인 그 주변 사람들, 만연된 부정부패, 살인 사기 범죄자들, 그들은 누구인가? 어떤 교육을 받았는가? 재작년엔 승객들을 두고 혼자 탈출하는 세월호 선장을 보며 울었었다. 이번에 대통령을 보며 또다시 울고 있다. 원통해서 울고 비탄에 빠져 운다. 이들을 누가 길러냈는가? 가정과 사회와 국가, 특히 사람교육을 책임진 교육은 어떻게 해왔는가?

결국 사람이다. 우리는 말로만 인성을 강조하며 얄팍한 지식기반사회를 부르짖어왔다. 설익은 지식은 선무당이다. 지식을 지혜로 승화시키지 못하니 되레 그 지식이 잔꾀나 부리고 범죄를 저지르는 지능범들을 길러낸다. 우리 교육이 고작 대입이나 사시 행시 의사고시 등 암주정(암기, 주입, 정답) 교육에 치중해왔으니 이 꼴이다. 교육의 본질은 지식을 토대로 창의성과 지혜가 들어있는 '든사람'을 기르고 사람도리를 다하는 '된사람'을 길러내는 데 있다. 그래서 우리 교육이념이 홍익인간이다. 이제 사람 됨됨이 교육이 중요하다. 가정에선 기본 인성 습관을 책임지고 학교는 인성과 학력, 교육본연의 활동에 충실할 일이다. 학부모나 학생 입장에서는 입시도 중요하지만 입시는 교육의 여러 영역 중 진로교육의 한 분야일 뿐, 성공하려면 사람부터 되어야 한다. 대졸까지 2억5000만원이 넘는 교육비, 그 시간과 노력… 그래도 대졸백수인 시대…. 제비의 양육방식을 다시 생각한다. 부모의 교육적 책임은 유아·초·중 학령기까지만, 이후엔 부모의 걱정을 떨치고 일어나 스스로 서야 한다.

위기는 기회, 대한민국이 새로 거듭날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이참에 얄팍한 포퓰리즘 정치가는 제발 빠지시라. 한국 교육도 입시의 늪에서 빠져나와 교육 본연의 모습을 추구해야 한다. 교육과 정치가 달라지면 희망을 노래할 수 있다.

왠지 지난 여름철엔 제비가 안 보였다. 새삼 제비가 그립다.

<이경주 서귀포시민의 책읽기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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