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시작하며]소리 없는 아우성에 관하여

[하루를시작하며]소리 없는 아우성에 관하여
  • 입력 : 2016. 11.16(수)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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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나는 국가에 대해 생각이 많은 편이다. 자부심도 남다르다. 이북이 고향이신 부모님의 삶에서 유입된 번민의 결과라고나 할까. 개도국이었든 선진국이 되었든 나는 늘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이 자랑스러웠다. 감정의 기복이 심한 학창시절이나 마른 장작처럼 무뎌진 지금이나 조국이라는 단어가 주는 뜨거움, 그것은 언제나 가슴속 불씨로 살아남아 내 삶의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요즘은 그런 국가로 인해 상심이 깊다. 청와대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에 말문이 막혀 일마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 시대, 이 나라에서 정말 그와 같은 일들이 공공연히 자행되었단 말인가.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

대한민국의 힘은 산업이었다. 잘살아 보자는 구호 아래 허리띠를 움켜쥐고 밤낮을 뛰어다닌 산업역군들이 있었다. 그들이 수십 년간 섬유와 철강, 조선과 해운을 수출산업으로 이끌었고 국가경쟁력을 상위로 끌어올렸으며 그 덕에 집집이 자동차와 대졸자가 넘쳐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성장의 배후에는 정경유착이라는 부정비리가 한몫을 했다. 계층 양극화와 가계부채 증폭이라는 한국사회의 암적 존재 역시 그 결과로 생성된 혹이다. 사실 우리 국가의 경영상태가 정상적이라 해도 지금의 한국경제는 난항 중이다. 후발주자였던 중국이 부정부패를 척결하면서 청년창업 유도와 대폭적인 기술개발 지원으로 이미 글로벌마켓의 주도권을 노리고 있고, 영국은 유럽연합 탈퇴까지 강행하면서 자국경제와 자국민을 우선시하는 국수주의 보호무역의 색채를 드러냈다. 하지만 우리는 국가 주력산업이던 조선과 해운업이 무너져 실업자가 양산되고, 삼성전자는 수십조가 넘는 손해를 감수하며 제품판매 중단을 선언한 상태이며 대기업이라는 곳은 모두 하나같이 가족 간 권력 다툼으로 경영권 세습에만 혈안이 됐다. 게다가 치열한 고민으로 사태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적절한 방안을 제시해 시장을 안정화시켜야 할 국가경제부처는 국민 혈세로 무너진 조선해운업에 자금지원만을 결정한 채 그 이상 손도 대지 못하는 상황이며 경기 살린다고 허용한 분양권 전매나 즉석에서 쏟아낸 대출규제 완화와 같은 안일한 대책들로 아파트 분양시장을 투기장으로 변질시키고 폭발적인 가계부채 증폭을 가져왔다. 이제는 주택의 공급물량을 줄여 해결한다니 이 또한 졸속대안이 아니던가. 이런 상황에 어이없게도 국정농단사건이 터졌다. 아니 속 빈 강정 같은 국가 상황이기에 희대의 사기극이 청와대에서 버젓이 벌어진지도 모른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의 국가운영체제는 흔들렸고 엄연한 통수권자의 존재 속에서도 국가권력 부재라는 초유의 공백 상태가 초래되고 말았다.

급기야 백만이 넘는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휴일에 쏟아져 나왔다. 이에 놀란 정치권은 국민들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 그들이 내놓은 해결책 역시 여야를 불문하고 철저히 정치공학적으로 계산된 각자의 속셈들일 뿐 그 진정성은 어디에도 없다. 당선을 위해 유권자를 선동하고 집권을 위해 지역과 계층을 갈라놓았던 그들이었다. 언제나 국민의 안위나 생계가 뒷전이었던 정치적 파행의 주인공들, 목전에 펼쳐진 수치스런 사태가 정치야심을 가진 그들에겐 호재로 다가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떻게 이 난국을 해결해 나갈 것인가. 아둔한 나로서는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도 묘안이 없다. 그러나 TV로 전해지는 소리 없는 아우성, 광화문 촛불의 군집에서 나는 격한 희망을 읽었다. 이게 나라냐 항변했지만 그들은 국가에 대한 끈을 가슴으로 부여잡고 있었다.

위대하다. 나의 동포들이여.

영원하라, 대한민국이여~.

<허경자 ㈜대경엔지니어링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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