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1)]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①여기는 알타이!

[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1)]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①여기는 알타이!
한라산 식물의 기원… 유라시아 알타이를 가다
  • 입력 : 2017. 01.02(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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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락 하이르한산에서 바라본 세츠세그산(Mt. Tsetseg), 정상은 해발 4090m. 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찬수, 김진, 송관필

각종 동식물 분포한 국제적 관심지역
한라산 식물 종 기원 찾기 위한 탐사
제주 자연사 이해 도울 첫 번째 관문


알타이! 울란바토르에서 1200㎞, 한라산에서는 4500㎞, 무려 1만 리를 달려왔다. 탐사를 시도한 지 8년 만이다. 끝도 없이 펼쳐진 초원, 열파와 모래먼지가 뒤섞인 사막, 깊고 넓은 강을 건너 드디어 여기 알타이의 만년설까지 온 것이다.

여기는 알타이산맥 중에서도 종 다양성으로 유명한 알락 하이르한산(Alag Khairkhan uul), 정상은 해발 3739m이다. 이 산은 동서길이 2392㎞, 남북길이 1259㎞의 몽골에서도 가장 서쪽 끝 고비알타이 아이막의 부갓솜에 있다.

이곳은 극단적인 대륙성 기후체계를 보인다. 연평균 강수량은 71.5㎜. 그 중 77.3%는 따뜻한 달에, 나머지는 겨울에 내린다. 가장 더운 달은 7월로 36℃, 가장 추운 달은 1~2월로 -40℃이다. 여름평균기온은 28℃, 겨울평균기온은 -27℃이다. 바람은 북서에서 남동방향으로 부는데 최대풍속은 초속 20~30m에 달한다.

몽골과학원 자료를 보면 다양한 지형과 기후에 걸맞게 야생 양, 아이벡스, 눈표범, 스라소니, 눈닭 같은 대형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식물 중에는 국화과의 희귀식물 알타이분취(Saussurea involucrata)가 유명하다. 이 종을 간혹 설연화(雪蓮花)로 표기한 것을 볼 수 있으나 중국명 천산설연(天山雪蓮)을 차용한 것이다. 여기에서 처음으로 우리는 한국명을 이렇게 붙인다. 이 식물에 대해서는 다음에 상세히 다룰 예정이다. 한라산과 공통으로 분포하는 종들도 있다. 술패랭이(Dianthus superbus), 애기원추리(Hemerocallis minor), 쥐오줌풀(Valerianae officinalis)이 여기에도 자란다는 기록이 있다. 그 외로도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들과 약용자원으로 중요성을 갖는 종들이 자라고 있다. 이와 같은 동식물의 분포로 인해 국제적인 관심지역이 되었다.

전통적으로 이 산을 숭배하는 풍습을 가지고 있는 이 곳 사람들은 물을 오염시키거나 풀과 나무를 훼손하는 행위는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곳에도 약용식물을 채취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가축을 너무 많이 방목하여 야생동식물이 멸종의 위기에 처할 정도로 생태계가 훼손되고 있다고도 한다. 이에 따라 몽골정부는 1996년도부터 이 산을 포함한 그 주변지역을 알락 하이르한산특별보호지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정상을 향해 가던 중 해발 3080m 지점에서 우리는 한라산의 종과 직접 관련이 있는 꽃을 만났다. 바로 에델바이스의 일종인 연노랑솜다리(Leontopodium ochroleucum)다. 이 한국이름 역시 편의상 이렇게 새롭게 붙인다. 솜다리의 속명 Leontopoium은 사자(lion)를 나타내는 Leon과 발톱(paw) 또는 다리를 의미하는 pod가 결합된 말이다. 우리말 솜다리도 솜털로 덮인 다리라는 뜻일 것 같다. 종소명 오크롤류쿰(ochroleucum)은 연한 황백색이라는 뜻이다.

한라산 정상에서 자라는 한라솜다리

알타이에서 자라는 연노랑솜다리.

솜다리 종류들은 50㎝ 이하의 작은 키에 온 몸이 비단 같은 흰색의 털로 덮여 있다. 다른 국화과 식물들과는 달리 뚜렷하게 발달한 꽃받침 같은 포엽이 꽃 주위를 별모양으로 배열한다. 이 잎들은 꽃을 보호하거나 곤충을 유인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식물지에 따르면 솜다리속 식물은 유라시아에 30종이 있다. 대부분이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분포하고 있다.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노래 에델바이스도 이 무리 중 하나다. 오스트리아의 산악에 분포한다. 이와 같이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유럽과 일본의 고산까지 퍼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5종이 있다. 그 중 하나가 한라산 정상에 자라는 한라솜다리(Leontoppodium hallasanense)다. 학명자체가 한라산에 자라는 솜다리라는 뜻이다. 이 종은 전 세계적으로 한라산에만 분포한다. 알타이에서 만들어져 수 만년에 걸쳐 영역을 넓히다가 한라산 환경에 맞게 진화한 것이다.

우리는 한라산 식물의 기원을 밝히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 한라산의 식물 종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이것은 제주도의 자연사를 이해하기 위해선 반드시 풀어야 하는 첫 번째 관문이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찬수, 김진, 송관필

왜 ‘몽골 중앙아시아’를 찾는가

한라산 정상 고산식물종과 유사
몽골은 아시아대륙 種분화 중심
역사문화 등 다양한 시각서 접근

앞으로 한라산의 자연사와 관련이 깊은 여러 지역을 소개하려고 한다. 북한지역을 포함한 한반도, 백두산과 만주, 시베리아와, 캄차카를 포함하는 극동, 몽골을 중심으로 하는 중앙아시아도 다룰 예정이다.

그 중에서도 한라산 정상 일대에 분포하고 있는 고산식물들과 유사성이 깊은 종들이 많은 몽골을 우선 다루려고 한다. 이러한 문제에 접근하는 과정에 생소한 지명과 용어들도 등장할 것이다. 그러므로 역사와 문화 분야도 간간이 소개할 생각이다. 탐사여행의 지루함도 다소나마 보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글은 학술논문이 아니다. 현지를 탐사하면서 보고들은 사실과 느낌에 더해 역사와 문화도 간간히 다루는 탐사기행이 되도록 하려고 한다.

알락 하이르한산 정상(3739m).

사실 몽골지역은 아시아대륙 종 분화의 중심지로 알려져 왔다. 지구사적으로 한랭기와 온난기가 반복되면서 여기에서 분화한 종들도 따라서 확장과 축소를 했다는 것이다. 현재 한라산에 분포하고 있는 식물 중에는 여기에 자라고 있는 종들과 같은 종이거나 유연관계가 깊은 종들이 많다. 이 탐사를 통해서 한라산에 분포하는 종들을 한라산 밖에서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를 시도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몽골의 여러 지역을 탐사했다. 물론 많은 성과가 있었다. 이곳 알타이는 한라산과의 식물지리학적 관계라는 측면에서 적어도 유라시아대륙 중에서는 가장 먼 곳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이 글의 제목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Species hallasanensis)는 라틴어로 한라산에 자라는 종이라는 뜻을 갖는 학명의 형태이다. 스피시즈는 라틴어로 '종'을 말한다. 한라산엔시스는 '한라산'에 '~에 자란다'는 뜻의 어미 -ensis가 붙은 것이다. -is, -e도 같은 뜻을 나타낸다.

첫 번째 탐사여행의 이름은 '아득한 기억, 알타이'로 정했다. 알타이는 역사적으로도 우리와 무수히 관련을 맺어온 지역이기 때문이다.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어지럽게 걷지 마라. 오늘 내가 디딘 발자국은 언젠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서산대사의 말씀을 새기며 본 탐사의 첫발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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