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58)] 제2부 알타이의 한라산-(18)알타이에서 만난 시로미

[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58)] 제2부 알타이의 한라산-(18)알타이에서 만난 시로미
한라산 고산식물과 밀접한 관계 있는 종(種) 다수 확인
  • 입력 : 2018. 05.29(화)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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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하이라아산 계곡에 포플러 숲이 넓게 펼쳐져 있다.

러시아 국경 하르하이라아산 탐사
언덕 쪽엔 시베리아낙엽송 숲 전개
시로미 변종 검은시로미 자생 확인
한라산 종의 기원 밝힐 중요한 열쇠


울란곰은 웁스아이막의 도청소재지다. 인구는 2016년 총 조사에서 3만688명을 기록했다. 몽골알타이이의 북부지역 중심도시로 약 110㎞ 북으로 가면 러시아와 국경이 나온다. 체육관, 극장 등 공공건물들이 들어찬 시내 중심을 통과했다. 베이스캠프에 도착하니 오후 7시 반을 지나고 있다.

아침 일찍 서둘러 탐사를 시작했다. 하르하이라아산을 오르는 것이다. 몽골대원들은 모두 캠프서 쉬도록 하고 한국대원들로만 팀을 꾸렸다. 다쉬 줌베렐마박사(Dr. Dash Zumberelmaa)는 식물전문가로서 탐사에 꼭 필요한 대원이지만 저 높은 산을 오르기에 좀 무리일 것 같아 제외했다. 그러자 그녀는 30년 전에 한 차례 온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외국인들과 동행했었고 이번에도 외국인들과 탐사 중인데, 당시에는 너무 어리다고 캠프에 남아 있으라하고 이번엔 너무 나이가 많다고 제외한다며 멋쩍어 한다.

계곡의 양쪽엔 줄기직경 40 ㎝ 내외, 높이 20 m가 넘는 포플러 나무들이 줄어 지어 자라고 있다. 이 나무는 정체가 무엇인지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 우리는 잔털사시나무(포플루스 필로사)로 동정했는데 월계수잎사시나무(포플루스 로우리폴리아)라고 한 기록이 있다. 언덕 쪽에는 시베리아낙엽송 숲이 넓게 펼쳐져 있다. 숲 속에는 여기까지 오는 동안 볼 수 없었던 북방의 고산식물들이 꽉 들어차 있다. 한라산 고산식물들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갖는 종들도 다수 보인다.

탐사 과정에서 발견된 검은시로미.

그 중에 우리의 눈길을 잡아끄는 식물은 단연 검은시로미(엠페트럼 니그럼)다. 한라산에 자라는 시로미는 이 종의 변종이니 넓은 의미에서 같은 종이다. 시로미는 이처럼 알타이, 시베리아, 캄차카 등 북방에 널리 분포 하는데 한반도에는 분포하지 않으면서 한라산에는 자라고 있는 식물이다. 한라산의 종의 기원을 해명하는데 중요한 열쇠를 갖고 있다. 알타이는 시로미 자생지로서는 가장 서쪽에 해당할 것이다.

바위지대를 조사하다 빨간 열매가 달린 작은 나무들을 만났다. 한 눈에 봐도 한라산 특산종인 섬매발톱나무와 닮았다. 시베리아매자나무(베르베리스 시비리카)다. 국명은 학명의 의미를 살려 이렇게 붙였다. 우리나라엔 특산종인 매자나무가 강원, 경기, 충북지방에 자라고, 당매자나무라는 식물이 평안북도의 고산에 자란다. 그리고 중국의 북부, 러시아의 시베리아, 일본의 고산에도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매발톱나무가 한반도의 높은 산에 분포하는데 그의 변종인 섬매발톱나무가 한라산 특산종으로서 고지대에 자라고 있는 것이다.

시베리아매자나무.

절벽 바위틈에서 보라색 꽃 몇 송이를 달고 있는 초롱꽃과의 식물을 만났다. 사진을 촬영하면서 보니 잔대속의 두메잔대(아데노포라 라마르키)라는 종이다. 한반도에서는 백두산, 관모봉, 풍산의 높은 산에서만 자란다는 기록이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에는 이와 같은 속 식물이 20여 종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도에도 10 여 종이 보고되어 있는데 그 중 둥근잔대(아데노포라 코로노피폴리라)라는 종은 중국, 몽골, 러시아 등에 분포하지만 한반도에는 없는데 제주도에는 자라고 있는 분포 양상을 보인다.

작은잎괴불나무.

한라산 특산종도 있다. 섬잔대(아데노포라 타퀘티)는 한라산에만 자라는 종인데 그 중에서도 한라산 백록담의 바위틈을 포함해 정상 일대에만 자라고 있다. 이와 같이 잔대속 식물만 보더라도 알타이에서 백두산까지 분포하는 종이 있는가하면 알타이를 포함한 북방의 여러 지역에 분포하지만 한반도엔 없이 한라산에 자라는 종, 그리고 세계적으로 한라산에만 자라는 특산종까지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좀 더 건조한 계곡사면으로 가자 역시 빨간 색 열매가 많이 달린 작은 또 다른 나무들을 볼 수 있었다. 인동과의 작은잎괴불나무(로니케라 미크로필라)다. 우리말 이름은 역시 학명의 의미를 살려 붙였다. 이와 혈연적으로 가까운 댕댕이나무, 홍괴불나무, 흰괴불나무 등이 한라산에 고지대에 자란다. 역시 한라산 식물들의 기원에 대한 중요한 단서들을 가지고 있는 종들이다.

필검은낭아초.

계곡으로 들어서자 크고 화려한 꽃이 우리를 맞이한다. 개박하속의 큰꽃개박하(네페타 시비리카)라는 종이다. 한반도엔 없는 종이다. 우리나라엔 남북한을 통틀어서 개박하속에 속하는 식물은 2종이 자생한다. 그 중 개박하가 한라산을 포함해서 전국에 분포한다. 나머지 하나는 간장풀이라는 종인데 백두산에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피어 있는 이 식물은 꽃이 유난히 크다는 점과 중국 조선족도 이렇게 부른다는 점을 고려하여 우리말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 꽃이 아름다워 화단에 심기도하고 정유를 얻기 위하여 재배하기도 하는 식물이다. 몽골의 알타이 일대와 중국의 간수성, 내몽골, 닝샤, 칭하이의 1800 m 이상 고지대와 러시아의 시베리아에 자생한다.

자료를 검토하고 있는 김찬수 박사(사진 오른쪽).

인접한 곳에서 아주 신기한 식물을 만났다. 꽃은 거의 지고 열매가 맺기 시작한 상태였다. 처음엔 산딸기의 일종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몸에 가시와 선모가 없다든지 꽃받침이 길고 열매를 감싸는 등 산딸기와는 달랐다. 우리나라 함경남북도 이북, 중국 동북지방, 러시아의 사할린과 캄차카, 일본 북부에 분포하는 검은낭아초(코마룸 팔루스트레)와 같은 속 식물이다. 문제는 검은낭아초가 초본인데 비해서 이 종은 아관목이라는 점이다. 중국의 서북부, 아프가니스탄, 북서 인도, 키르기즈스탄, 파키스탄, 러시아, 타지키스탄 등 알타이산맥 서쪽에만 분포하는 코마룸 살레소비아눔(Comarum salesovianum)이라는 종이다. 우리말 이름은 이 식물을 한국인으로는 처음 채집하였으며, 알타이식물탐사에 헌신한 송관필박사의 노고를 길이 기억하려는 뜻에서 그의 이름 글자 중 하나를 취하여 '필검은낭아초'로 짓는다. 알타이산맥은 검은낭아초와 필검은낭아초 두 종의 분포를 구획하는 경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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