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제주관광과 도민의 관광수용력

[월요논단]제주관광과 도민의 관광수용력
  • 입력 : 2017. 01.02(월)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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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뉴스가 필자의 시선을 강하게 끌었다. 세계적인 관광지인 베네치아에서 지역주민들이 관광객 방문을 거부하며 여행 가방을 들고나와 고향을 떠나겠다고 시위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관광으로 인한 혼잡과 삶의 질 저하를 호소하는 지역주민들의 모습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수용력(Carrying Capacity)이라는 개념이 있다. 원래는 생태학에서 비롯된 개념으로서 일정한 영역 내에서 동식물의 생존 가능한 개체의 총량을 의미했지만, 현재는 인문사회적인 현상에도 지속가능성을 구현하기 위한 정책지표로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수용력은 크게 생태환경적 수용력, 물리적·시설적 수용력, 사회심리적 수용력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중 사회심리적 수용력은 관광객은 물론 지역주민들이 관광환경 속에서 느끼는 편안함의 한계치를 나타내는 심리지표이다. 지역주민들은 자신들의 삶의 질을 해치지 않으면서 경제적 수익을 공유할 수 있는 적정한 수준의 관광객과 관광개발을 원한다. 지역주민의 적정한 사회심리적 수용력의 확보는 관광산업과 정책에 대한 지역주민의 지지와 직결되며, 지역 관광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베네치아의 사례는 지역주민들의 사회문화적 수용력이 극한에 달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뉴스지만, 최근 일련의 기사들을 보면 우리 지역 또한 주민의 피로도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내도 관광객 증가와 비례하여 발생하는 교통체증, 쓰레기 및 오폐수 처리 문제 등이 모두 관광객 탓으로 돌려지는 부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으며, 제주의 환경가치 저하를 감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주민들의 호주머니가 계속 얇아진다면 더 이상 관광객을 유치할 필요가 없다는 일부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관광은 제주지역 산업에서 중대한 한 축이다. 관광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은 제주지역의 성장을 의미하며, 이를 잘 알고 있는 제주도정은 질적성장을 위한 정책을 펼쳐나가고 있다. 그러나 도민들의 관광에 대한 사회심리적 수용력이 낮다면 애써 세운 질적성장이라는 정책목표와 전략은 지역주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해 표류하고 말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주민의 지지 없이는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해질 것이며, 성과를 내기는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도민의 지지가 뒷받침되지 않은 정책은 사상누각이다.

제주가 국제적인 관광지로서 지속가능하게 발전하려면, 적정수용력이라는 관점에서 현재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관리해 나가야 한다. 새해에는 현재 추진 중인 환경총량제와 같은 환경생태적·물리적 관광수용력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의 사회심리적인 측면까지 포함한 지표가 개발되어 균형 잡힌 관광정책이 추진되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를 위해서는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속적인 성장과 더불어 성장 열매를 주민에게 환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데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올해는 국내외적으로 제주관광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다. 금융불안과 내수침체, 사드설치에 따른 중국의 대응 등으로 관광산업의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벌써부터 중국 전세기 불허로 춘절 관광객 감소가 우려된다는 기사가 신문 1면을 장식하고 있다. 몇 해 전 메르스 여파로 제주도가 경험했던 어려움을 생각해보면 도민과 도정 모두 한데 힘을 모아 어려운 난국을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할 때이다. 제주를 이끌어 가는 주인인 도민들 또한 많은 어려움과 불편에도 불구하고, 관광산업에 좀 더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시기를 소망해 본다. <김의근 제주국제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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