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아래 나지막이 자리한 오름을 배경으로 이국적인 풍경을 그려내고 있는 글램핑장. 음식물만 준비하면 별도의 장비가 없어도 가족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사진=(주)제주글램핑 제공
사라오름 품은 눈덮인 한라산휴양림선 지친 마음 절로 치유원룸에 묵은 듯한 야외 캠핑도모처럼 대화 나누며 새해 설계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우리가 입고 있는 옷 주머니 안에는 작지만 따뜻한 온기가 감돈다. 세상이 아무리 힘들어도 서로의 손을 잡아주는 모습, 그것은 세상을 견뎌내는 힘이고 바로 온기다. 그것은 가족애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겨울방학이다. 방학이 아니면 어쩌랴. 이 겨울, 사랑하는 가족 구성원들이 추위를 함께 녹여내며 따뜻한 마음으로 채우는 여행도 값지지 않을까. 정유년 1월, '삼색(三色)여행'에서 가족에 맞는 색깔을 골라 여행하며 새해를 설계하면 좋으리라.
▶화이트(White)-한라산 겨울산행=겨울산은 순백의 하얀 눈인 덮인 화이트로 표현된다. 겨울여행의 백미는 오감을 자극하는 한라산 산행이다.
제주에서 가장 높은 오름인 사라오름과 커다란 산정호수를 품은 성판악코스가 요즘 인기 상종가다. 조용한 겨울산을 타고 싶은 사람은 조금 힘들지만 관음사코스를 추천한다. 등반로를 오르내리며 맛보는 삼각봉과 왕관릉, 출렁이며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용진교까지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가득하다.
정상까지 가지 않는다면 어리목코스와 영실코스, 돈내코코스를 택해도 무방하다. 윗세오름에서 맛보는 컵라면의 맛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한다. 어리목코스의 맞은 편에 있는 어승생악도 빼놓을 수 없는 겨울 산행 코스다. '겨울왕국' 한라산의 설국과 상고대의 모습은 겨울여행의 진미를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산행이 아니어도 어린아이들과 함께하는 눈싸움이나 썰매도 겨울방학에 만들 수 있는 추억의 한 요소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하루종일 눈밭을 뛰놀다보면 겨울의 시간을 더 짧기만해 아쉽다.
▶그린(Green)-숲속 힐링캠프=초록은 곧 힐링의 색이다.
제주시 절물자연휴양림과 교래자연휴양림, 서귀포 자연휴양림과 붉은오름 자연휴양림, 그리고 비자림, 동백동산 등 제주에는 크고 작은 휴양림이 산재해 있다. 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은 삼나무와 편백나무에서 풍기는 숲의 향기는 우리 몸에 좋다. 겨울철 야외활동이 적은 아이들에도 숲체험은 건강에 그만이다.
평소 휴양림을 당일치기로 잠깐 들러서 탐방하고 구경했다면, 겨울방학엔 숙박시설을 이용해 1박을 하는 것도 좋다. 조용한 자연속에서 맞는 겨울밤은 그야말로 동화속에 들어온 느낌이다. 우리가 그동안 잊었던 이름모를 밤하늘의 별빛도 우리 머리로 쏟아지는 진풍경을 맛 볼 수 있다.
숙소에서 가족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고, 오랫동안 마음에 숨겨왔던 사랑의 말 혹은 미안함의 말도 꺼내면 좋으리라. 자연 속이라면 쑥스럽지 않아도 된다. 일상을 벗어난 자연에서의 하루는 모든 것들을 용서할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하기 때문이다.
▶레드(Red)-글램핑장의 숯불=겨울은 붉은 숯불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캠핑은 여름에만 한다? 장비가 없으면 어떠랴. 먹을 음식만 갖고가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글램핑장이 요즘 대세다. 숯불에서부터 불판까지, 그리고 텐트 안에는 따뜻한 물이 나오는 샤워시설에 전기장판과 히터까지 겸비해 뭐하나 불편하거나 나무랄 게 없다. 침대에 소파도 구비돼 있어 야외에 지어진 원룸을 연상케 한다. 오순도순 모여 앉아 갖가지 쇠고기와 돼지고기, 닭과 오리고기와 소시지, 새우에 버섯 등 각종 야채를 구워먹고, 고구마를 준비했다면 군고구마는 또다른 별미다.
요즘 글램핑장은 투호, 놀이방, 영화관람관 등 놀이시설에 공동으로 바비큐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가족끼리만 오붓하게 보내고 싶다면 개인 독채를 쓰면 좋다. 사용시 숯과 석쇠 등 비용만 따로 지불하면 된다.
조용한 중산간 글램핑장에서 텐트를 스쳐가는 바람 소리를 듣고, 발갛게 달군 숯불의 따스함도 느껴본다면 이 겨울이 춥지만은 않으리라.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움은 더욱 오래도록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겨울산행, 이것만은 챙기자
아이젠·스패치·스틱 등은 필수장비
따뜻한 음료·초콜릿 등 비상식량도
하얀 세상으로 변한 겨울 한라산. 아름다운 풍경을 온전히 즐기려면 장비와 비상식량 등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사진=한라일보 DB
겨울산행은 여러모로 까다롭다. 필수장비인 아이젠이나 스패치, 스틱 등을 준비해야 한다. 추운 날씨에 의해 체온 유지를 위한 갖가지 의류와 따뜻한 음료며 초콜릿 등 비상식량을 준비하는게 좋다. 도시락과 물, 간식(과일, 오이, 과자, 사탕 등), 여벌 양말 등도 챙겨두면 유용하다. 특히 관음사코스 쪽은 중간에 매점이 없어 물과 간식 등 먹거리와 비상식량을 넉넉하게 챙겨야 한다.
최근 한라산 등반시 일회용 도시락 지참이 금지된 점도 명시해야 한다. 등산화에 물이 샐 경우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얇은 비닐을 여러개 준비해 양말 밖에 신어 방수를 하는 것도 좋다. 비옷을 준비해 바람과 체온을 막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리고 겨울산은 절대 무리해서 산행을 하면 안된다.
▶한라산 등반코스
▷어리목탐방로(6.8㎞)=어리목탐방로안내소→사제비동산→만세동산→윗세오름
▷영실탐방로(5.8㎞)=영실휴게소→병풍바위→윗세오름
▷성판악탐방로(9.6㎞)=성판악탐방안내소→속밭대피소→사라오름→진달래밭→정상
▷관음사탐방로(8.7㎞)=관음사지구야영장→탐라계곡→개미목→정상
▷돈내코탐방로(7㎞)=돈내코탐방안내소→평제대피소→윗세오름. 백금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