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누굴 위한 도립미술관인가

[백록담]누굴 위한 도립미술관인가
  • 입력 : 2017. 01.09(월)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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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지역 도립미술관은 7곳이다. 기당미술관, 이중섭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소암기념관, 제주도립미술관, 제주추사관,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이 차례로 들어섰다. 66만명이 사는 제주에 도립미술관을 7개나 두고 있지만 제주도의 체계적인 건립 계획에 맞춰 탄생한 게 아니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으로 시·군이 통합되면서 시립미술관이 자연스레 도립미술관이 됐다.

이들 도립미술관은 유별난 데가 있다. 작가 이름을 땄거나 기증 작품이 상설 전시되는 공통점을 지녔다. 이중섭미술관, 소암기념관, 제주추사관, 김창열미술관은 애초 해당 예술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기 위해 문을 열었고 나머지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기당미술관에는 특정 작가의 상설전이 진행되고 있다. 제주도립미술관의 장리석 상설전시실, 제주현대미술관 본관의 김흥수 상설전시와 분관의 박광진 상설전시, 기당미술관의 변시지 상설전시가 그 예다.

2016년 제주도 본예산 기준으로 7개 미술관에 인건비, 작품구입비 등 시설별로 많게는 11억여원에서 적게는 1억6000여만원이 투입됐다. 합치면 74억9700만원이 넘는다. 해마다 100억 가까운 공적 자금이 도립미술관 운영비로 쓰이는 셈이다.

그럼에도 도립미술관을 지을 때 작품 기증과 건립 기준이 제대로 제시되지 않았다. 공론화 과정이 취약했다. 뒤늦게 태어난 제주현대미술관, 제주도립미술관, 김창열미술관도 그랬다. 제주도지사와 현존 작가가 참석한 업무 협약 '이벤트'로 그 소식이 바깥에 알려졌다.

북제주군 시절 건립 사업의 첫발을 뗀 제주현대미술관은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어느 입주작가의 영향이 크다는 뒷말이 나왔다. 제주도립미술관은 공청회를 거치며 미술계의 관심 속에 개관을 준비했지만 '작품 구입 및 가격평가 위원회'는 2008년에야 구성됐다. 장리석 화백 작품 기증 협약은 제주도립미술관 상설 전시를 전제로 그보다 3년 앞선 2005년에 이루어졌다. 김창열미술관 역시 공론화 과정이 생략된 채 '미술품 기증이 곧 작가미술관 건립'이라는 '파격'을 보여줬다.

김창열미술관으로 물꼬가 터진 도립작가미술관은 제주도 문화 정책에 부담을 안길 가능성이 높다. 공감대가 부족한 작가미술관 운영은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할 수 있다.

작가미술관 논란은 제주도립미술관 장리석 상설 전시실 설치를 계기로 불거졌고 김창열미술관을 통해 증폭된 모양새지만 그간 공개적인 논의는 부족했다. 지난해 11월 도내 민간 문화단체 주도로 도립작가미술관의 타당성을 짚는 토론회가 열렸고 제주도는 이후 미술품 등을 기증받는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앞으로 벌어질 작품 기증에 한정할 일이 아니라 기존 미술관까지 들여다 봐야 하지 않을까. 업무 협약이 영구 전시 효력을 갖는지, 작가미술관은 언제까지 도립으로 운영해야 하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무엇보다 1도 1미술관 정책으로 추진된 제주도립미술관을 주축으로 미술관마다 색깔을 분명히 내야 하는 과제가 있다. 그중 소장품 성격이 유사한 기당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제주도립미술관은 차별화가 필요하다. 도립미술관 중장기 계획이 세워질 때 기증품을 포함한 소장품 수집 방향이 뚜렷하게 그려진다.

올해 제주 지역 공립미술관의 역사는 '전국 최초 시립미술관'인 기당미술관의 나이인 30년이 된다. 적지 않은 세월임에도 도립미술관 휴관일을 월요일로 통일한 일 말고 다른 성과는 떠오르지 않는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서 새해 첫머리 즈음에 묻게 된다. "누구를 위한 도립미술관인가?"

<진선희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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