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며]불편한 시선과 맞서야 할 때

[하루를 시작하며]불편한 시선과 맞서야 할 때
  • 입력 : 2017. 01.11(수)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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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우리는 많은 안부 인사와 함께 새해를 시작한다. 안부 인사 뒤에 따라 오는 질문들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여자라면 꼭 한 번쯤은 받아봤을 질문들이 있다. "시집은 언제 가니?" "애는 몇이나 낳을 거야?" "결혼하면 일은 그만둘 거니?" "직장 다니면서 애를 본다고?" 분명 남자였다면, 아버지였다면 절대 받지 않을 질문일 것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항상 그런 질문을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걸까?

여자들은 엄마로서도 사회인으로서도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는다. 두 가지의 일을 동시에 해내지 못하는 여자는 아이를 망치는 엄마, 실패한 사회인이 되어 깊은 자괴감에 빠진다.

법적·제도적으로 여성의 지위가 향상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여성의 삶은 그렇지 않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별 남녀 성 평등 순위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142개국 116위를 기록했다.

"여자는 조신해야해", "여자는 혼자 다니면 위험해", "여자는 노출이 심한 옷을 입으면 안 돼". 어떤 이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세상인가?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남성중심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세상 그 자체이다.

여성 혐오는 현실 속에서 다양한 차별과 폭력의 형태로 여성을 억압한다. 왜 남성은 가사노동과 육아를 하지 않아도 비난받지 않을까? 여성은 남성의 신체를 멋대로 품평했다간 엄청난 비난에 휩싸인다. 하지만 남성은 얼마든지 여성의 신체에 등급을 매겨 품평할 수 있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이 외에도 사회적으로 남성에게는 혼전 성관계를 허용하지만 여성에게는 혼전 성적 순결을 강요하는 이중적 성 잣대, 성폭력을 비롯한 각종 가정폭력에 노출되어 있을 수밖에 없는 여성 등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우리사회에서 차별받는 것들이 많다.

젠더 기득권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는 여성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마치 갑에게 시비를 거는 을의 모습, 하극상으로 보일 뿐이다. 남성 중심 사회가 부여한 기득권을 잃고 싶지 않은 남자들에게 페미니즘은 그저 불편하고, 본인의 권리를 앗아가는 폭력으로 느껴질 것이다.

반(反)남성주의와 페미니즘은 매우 다르다. 반(反)남성주의가 남자를 적으로 생각하고 대항해야 할 대상으로 본다면 페미니즘은 성에 따라 개인을 제약하는 차별과 억압의 요인들에 대항하는 것이다. 페미니즘에 반감을 갖고 있는 남성들은 남성과 여성이 모두 평등한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페미니즘의 의도를 왜곡해 알고 있는 것이다.

여성의 권리 확보를 위한 싸움이 남성을 증오하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된다는 사실이 아프다. 페미니즘에 대해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여성은 지위 상승을 위해 남성을 밟고 뭉개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들은 자신이 되고자 하는 걸 추구하고, 모든 방면에서 평등하길 바라는 것이다.

페미니즘은 그저 '평등'을 의미할 뿐이다. 본인이 페미니스트임을 부정한다면 그것은 본인이 지독한 '성차별주의자'임을 매우 강력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페미니즘은 평등권리 확보를 위한 이념임을 인식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바꿔야 하지만 바꾸고 싶지 않은 불편한 현실. 페미니즘의 존재 자체가 불편한 사회. 힘들지만 많은 여성들이 불편한 시선에 맞서주길 바란다. 불편함을 이겨내고 목소리를 내자. 소심(小心)이 아닌 소신(小信)으로. "내가 안하면 누가?"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

<강유나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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