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25시]단 한 명의 비정규직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

[편집국25시]단 한 명의 비정규직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
  • 입력 : 2017. 01.19(목)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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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전교조 제주지부장을 지내고 해직까지 경험한 진보교육감이다. 그래서인지 그가 내세우는 교육철학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은 남다른 신뢰를 안겨준다. 그의 교육철학이 단순히 '수사'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은 각종 교육정책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교육감이 최근 발표한 '2017년 7대 희망 정책' 중 첫째가 바로 '질문이 있는 교실을 통한 민주시민 육성'이다. 지난 추석에는 도민들에게 이런 인사말도 전했다. "올해부터는 아이들에게 '공부 잘 하니?' 대신 '학교 동아리에서는 무슨 활동을 하니?', '볼만한 영화나 책, 공연 소개해줄래?' 등의 질문을 해주기 바랍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매타작을 견뎌야 할 만큼 폭력적인 교실에서 학습한 기성세대의 교육과 비교하면 감동마저 느낄 수 있는 교육철학이다.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무조건 지지하고 후원하고 싶은 교육철학이다. 예사롭지 않은 고통을 이겨낸 교육감의 교육정책이어서 그 감동을 배가시킨다.

그러나 그의 교육철학이 이른바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48일의 천막농성을 펼친 영어회화전문강사(영전강)들은 올해도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급식보조원들은 근무시간을 차별하지 말라고 촉구하고 있으며, 학생상담사·돌봄전담사·과학실무사 등은 정원 축소에 반발하고 있다.

교육감과 교육청은 이들의 요구에 법률과 예산을 들어 반박하곤 한다. 영전강에 대해서는 '해고'가 아니라 '계약만료'라고도 했다. 일방적 해고가 아니라는 설명이지만 풀이하자면 비정규직이어서 '만료'인 셈이다.

정규직 영어 교사 출신의 교육감은 "정규 수업은 임용고시에서 합격한 교사만 가능하다"며 영전강에 특히 박한 모습을 보였다. 그에게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과 '단 한 명의 비정규직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은 '해고'와 '만료'만큼 이질적이고 차별적이다.

<표성준 교육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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