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25시]전기차 정책의 두 얼굴

[편집국25시]전기차 정책의 두 얼굴
  • 입력 : 2017. 02.23(목) 0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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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규제책을 쓰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요? 재원은 한정돼 있으니까요"

6~7개월 전 만난 한 공무원은 도대체 무슨 수로 제주에 다니는 모든 차를 전기차로 바꿀 것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지난 한해 정부와 제주도가 제주에 전기차를 보급하려고 쓴 보조금만 800억원이 넘는다. 특히 전기차 보조금은 수혜자의 경제 격차나 사회적 기반 혹은 사업 수행능력과 상관없이 전기차를 사기만하면 무조건 지급된다는 점에서 여느 보조금 지원 기준과 사뭇 다르다.

문제는 재원이다. 제주의 전기차 보급률은 이제 겨우 2%를 넘었다. 나머지를 채우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다.

보조금과 같은 인센티브 정책이 한계를 드러내면 행정당국은 규제 카드를 매만지기 십상이다. 실례로 제주도는 주차난 해소를 위해 공영주차장을 유료로 전환한다고 했는데 주차 대책인지, 전기차 보급 대책인지 헷갈린다. 유료화 전환 대상에서 전기차는 쏙 빠졌다. 일반 운전자는 박탈감이 든다. 자기부담금조차 부담스러워 전기차를 못 산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도청 주차장으로 시선을 옮겨보자. 주차장 한쪽이 전기차 전용 구역으로 바뀐 뒤 일반차를 세우지 못해 주변을 헤매는 풍경은 이제 일상이됐다.

이런 사례는 전기차 정책이 또 다른 면에선 규제의 모습을 띠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전기차 구역을 확보한 게 어떻게 규제냐는 주장이 나올 법하지만 주차장을 넓혀 전기차 구역을 만든 게 아니라 일반 주차구역을 없애는 방법으로 확보한 것이니 이는 일반차를 못 세우게 막는 규제다.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데 왜 내게 이런 걸 주냐며 묻는 이는 없다. 하지만 불이익을 주는 규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금 일반 운전자들은 묻고 있다. "전기차를 보급하는 것은 상관없는데 나를 규제하라고 한 적은 없다"고. <이상민 정치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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