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편 실화 통해 ‘지켜져야 하는 생명체’란 사실 강조
인간만큼 양면성을 지닌 동물이 또 있을까. 한편에선 가까이 키우는 동물들을 '반려견'이라 부르며 가족보다 더 살갑게 대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많은 야생 동물들이 인간에 의해 철저하게 멸종당하고 있다. 어니스트 톰프슨 시턴은 이렇듯 인간의 횡포로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있는 야생 동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그에 관한 글을 쓰고, 관련된 그림을 그리는 것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다. 이 책은 그런 그가 남긴 첫 번째이자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저자의 야생 동물에 대한 섬세하면서도 애틋한 감정이 묻어나 있는 이 책에는 모두 7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전설의 늑대왕 로보를 사냥한 이야기를 비롯해 현명한 교육자 까마귀 실버스팟, 하루하루 생존을 연명하는 숨꼬리토끼 래기러그, 저자의 친구인 사냥개 빙고, 슬픈 모정을 보여주는 어미여우 빅슨, 자유를 갈망한 야생마 페이서, 두 얼굴을 가진 양치기개 울리 등 자연 속에서 극적인 삶을 살아간 야생 동물들의 이야기가 자연주의자 시턴의 감성을 거치면서 드라마처럼 잔잔하게 펼쳐진다.
저자는 삽화와 악보 외에도 동물들의 다소 과장된 의인화로 독자들에게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으면서도, 글의 서두부터 실존했던 동물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있는 사실 그대로 담아내려 노력했다고 강조한다. 또 책에 나온 모든 동물들의 이야기가 하나같이 비극으로 끝나는 이유에 대해 실제 야생 동물의 삶 역시 모두 비극으로 끝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강하고 똑똑한 우두머리였지만 짝을 잃은 슬픔으로 결국 목숨을 던진 로보나 동료들의 지지를 받았을 정도로 현명했던 실버스팟의 허무한 죽음, 사로잡힌 자식을 자기 손으로 죽여야 했던 어미 빅슨이나 갇힌 채 자유를 갈망하다 죽고 나서야 자유로워진 페이서 등 대부분의 동물들이 슬픈 죽음을 맞이하는데 이런 동물들의 삶 역시 매우 논리적이고 치밀하면서도 인간의 삶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오히려 사람들에게 있어 교육과 경험은 몇 번이고 반복할 수 있지만, 동물들에게는 교육이 곧 생존이며 때문에 단 한 번의 실수나 실패는 곧바로 죽음과 직결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한다.
이렇듯 아름답지만 비극적인 동물들의 이야기들을 통해 저자는 야생 동물들도 표현 등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는 모르지만 인간과 마찬가지로 감정이나 소망을 가진 생명체임을 깨닫게 한다. 즉 야생 동물들도 인간과 더불어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이자,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임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고 기억할 수 있기를 저자는 바라고 있다. 푸른숲주니어. 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