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영화 '파도가 지나간 자리'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영화 '파도가 지나간 자리'
  • 입력 : 2017. 03.04(토) 16:12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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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도가 지나간 자리' 포스터.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난 말재주가 없는 사람이에요. 내 감정을 털어놔도 괜찮다는 걸 몰랐죠. 이제는 말할게요. 내 섬과 내 삶을 보여주고 싶어요. 최선을 다해 좋은 남편이 되겠습니다."

한 남자의 진심 어린 사랑 고백과 청혼은 한 여자를 외딴섬으로 이끌었다.

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인 톰은 외딴 섬의 등대지기를 자원한다. 전쟁터에서 너무 많은 사람의 죽음을 목격한 그는 홀로 살아남은 데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며 무인도의 삶을 선택한다.

그런 톰에게 그처럼 상실의 아픔을 지닌 아름다운 여자 이자벨이 나타나고, 그의 삭막한 마음에 새로운 등대가 된다.

두 사람은 결혼 뒤 외딴 섬에서 둘만의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사랑의 결실로 얻은 새 생명을 2번이나 잃는 슬픔을 겪는다.

그러던 중 파도에 떠내려온 보트에서 시신과 함께 살아있는 갓난아이를 발견한다. 톰은 섬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상부에 보고해야 하지만, 이자벨의 간청에 결국 아이를 직접 키우기로 한다.

그리고 몇 년 뒤 아이의 친엄마 한나가 등장하면서 톰, 이자벨, 한나, 그리고 아이는 가혹한 운명 앞에 놓인다.

영화의 기본 줄기는 톰과 이자벨의 가슴 먹먹한 러브스토리다. 서로 사랑했던 남녀가 감당할 수 없는 상실을 겪은 뒤 관계가 무너지지만, 결국 사랑의 힘으로 이를 극복하는 이야기다. '엑스맨' 시리즈(2011∼2016), '어쌔신 크리드'(2017)의 마이클 패스벤더가 톰 역을, '대니쉬 걸'(2016)로 제88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이자벨 역을 맡았다. 두 사람은 이 영화를 찍다가 실제 연인으로 발전했다. 영화 속에서도 두 남녀의 사랑 가득한 눈빛과 행복한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파도가…'는 정통멜로 영화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면 도덕적 양심과 선택 등에 관한 성찰을 담고 있다.

친자식처럼 돌봤던 아이를 잃게 될 상황에 처한 톰과 이자벨, 죽은 줄만 알았던 자신의 아기를 누군가 몰래 키워왔다는 사실에 분노하는 친엄마, 생전 처음 보는 친엄마에게 가지 않겠다고 떼쓰는 아이까지… 영화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모두 선하다. 톰과 이자벨의 잘못된 선택이 자신들을 포함해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었을 뿐이다. 남의 아이를 몰래 키운다는 양심적 가책과 아내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하던 톰은 결국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양심과 사랑을 모두 지키는 선택을 한다.

영화는 화해와 용서의 메시지도 전한다. 누군가를 평생 증오하며 살아가는 것보다 한 번의 용서가 훨씬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톰과 이자벨 부부가 사는 무인도의 이름이 두 얼굴을 지닌 신(神)인 '야누스'인 점이 흥미롭다. 행복의 절정에서 상실을 겪고, 절망의 밑바닥에서 희망을 보는 이들 부부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듯하다.

'블루 발렌타인'(2012)의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이 베스트셀러 원작 소설 '바다 사이 등대'를 스크린에 옮겼다. 3월 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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