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강변에 있는 릉산. 강 수면에서 높이 20m, 해발 1014m이다.
릉산서 발견된 바닷가서 보이는 염생식물강가 주변의 염분 많은 습지 바닥서 분포
이곳을 지날 때마다 우리는 이 산을 탐사했다. 수차례에 걸쳐 서로 다른 계절에 조사했기 때문에 식물상에 대한 자료가 꽤 쌓였다. 그런데도 이 산의 크기에 대한 조사를 한 바는 없었다. 그저 작은 동산에 불과했으므로. “송박사, 이 산 한번 측정해 볼까?”, 이번에도 그냥 지나친다면 후회할 것 같았다. GPS에 의한 간단한 측정결과가 나왔다.
둘레 270m, 단경 70m, 장경 100m, 바닥에서의 높이는 20m였다. 바닥 부분이 해발 994m, 정상은 해발 1014m 였다. 남~동쪽은 경사가 매우 급하고 서~북쪽은 완만한 형태였다. 전체가 바위로 되어 있다. 부분적으로 모래가 덮여 있고 작은 바위에서는 돌 조각들이 부서져 내렸다. 바닥은 습지, 위로 올라갈수록 건조한 구조였다. 작은 동산이나 언덕 정도지만 그 위용이나 식물의 면면을 볼 때 산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강가에 있기 때문에 바닥은 습지다. 염분이 많다. 그래서 염생식물들이 대부분이었다. 염생식물이란 바닷가에 자라는 식물들이 아니었나? 좀 정리가 필요한 대목이다.
산이 시작되는 곳은 강물이 불었을 때만 물에 잠기는 부분이다. 나도마름아재비, 취명아주, 뿔나문재와 함께 눈양지꽃(
Potentilla anserina)이 눈에 띈다.
사진=구글맵
눈양지꽃은 함경남도와 강원도의 습기가 많은 땅에도 자란다. 털광대나물(
Panzerina lanata)도 보인다. 이 종은 꿀풀과에 속하면서 광대나물과 유사한 모양을 하고 있다. 학명
lanata가 '양털로 덮인'의 뜻이므로 이렇게 지었다. 조금 더 올라가면 노랑꽃양귀비(
Papaver nudicaule, 학명의 뜻은 '줄기에 털이 없는'의 뜻이지만 누군가 이렇게 이름을 붙였으므로 그에 따름)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보다 좀 더 위로는 바위틈에 몽골홑잎운향(
Haplophyllum dauricum)이 나타난다. 이 지역의 옛 지명이 '다우리아'이고, 운향과에 속하며 겹잎 또는 복엽이 아닌 홑잎을 갖는 종이므로 이렇게 지었다. 꽃을 자세히 보면 감귤 꽃과 닮았다. 감귤도 운향과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 종도 아주 작아 보이지만 나무에 속한다.
사진은 위쪽부터 눈양지꽃(Potentilla anserina), 털광대나물(Panzerina lanata) ,노랑꽃양귀비(Papaver nudicaule), 몽골홑잎운향(Haplophyllum dauricum), 몽골좁은잎해란초(Cymbaria daurica)
그리고 좀 더 올라가면 그나마 나무의 모양을 갖춘 식물로는 유일하게 난쟁이골담초가 자리를 잡고 있다. 바위틈의 몽골좁은잎해란초(
Cymbaria daurica)도 앙증맞은 모습으로 바위틈을 차지하고 있다. '몽골에 자라는 좁은잎해란초'라는 뜻으로 이렇게 이름을 붙였다.
그 외에도 많은 종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높이 20m에 불과하지만 낮은 곳에는 염습지에 자라는 종들, 점점 높아지면서 건조한 곳에 자라는 종들이 분포했다. <글·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찬수, 김진, 송관필>
환경에 적응한 염생식물
토양 적응도 따라 세 가지로 분류
염생식물 관련 종합적 목록 없어
염생식물이란 흔히 염분농도가 높은 반사막, 맹그로브 습지, 늪지대, 진창, 해변 같은 근계나 지상에 염분의 영향을 받는 곳에서 자연적으로 자라는 식물들을 말한다.
이들은 내염성이나 염분회피성과 같은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방식으로 염분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 고농도의 염분을 회피하는 식물들, 예를 들면 장마철에 생식주기를 마치는 방식을 가지고 있는 식물들은 진정 염생식물이라기보다 선택성 염생식물이라고 할 수 있다.
진정 염생식물이란 염화나트륨 농도가 0.5% 이상인 물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들이다.
염생식물은 분비샘을 가지고 있는가 다육성인가 또는 염분을 배제하는 기능을 갖는가 체내에 함유하는 기능을 갖는가로 분류할 수 있다. 그리고 관련 과 내에서도 일부 계통만이 염분 저항성에 관한 구조적 계절적 생리적 생화학적 메카니즘이 진화했다.
염생식물은 염분농도가 높은 척박한 토양에서도 자랄 수 있기 때문에 농업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학자들은 염분토양에 대한 적응성을 기반으로 다음 세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우선 염화나트륨 0.5% 수준 이상 토양에서 최적생장을 보이는 식물을 진정 또는 절대 염생식물이라고 한다. 염화나트륨 0.5% 수준에서 진정 염생식물들처럼 최적 생장을 보이는 식물들과 염분이 없는 토양에서도 자랄 수 있는 식물들은 선택성 염생식물이다. 마지막으로 염분과 비염분의 전이지역에서만 자라는 식물로서 비염분 유역에서 최적생장을 보이는 식물을 혐염식물 또는 전이 염생식물이라고 한다. 이들은 피자식물이 다양하게 분화하던 시기에 서로 관련이 없는 식물 과에서 각자 별도로 발생한 드믄 형태로 생각되고 있다. 그러니까 이들은 마치 착생식물, 부생식물, 건생식물, 수생식물, 습지식물과 같이 분류학적 특성과 무관하게 생활형의 하나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염분내성에 대한 정의 등 부분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종합적인 목록은 없다. 1989년 불완전하지만 117과 550속 1560종을 포함하는 목록을 제시한 학자가 있다. 이 목록은 새로운 작물을 탐색하기 위한 전 세계에 걸친 염생식물 수집을 종합하는 프로그램의 일부로서 당시까지의 보고서들과 연구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작성했다. 그러므로 주로 식량자원, 목초, 목재연료, 토양안정화 작물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학자들은 전 지구상의 육상 염생식물의 20~30%가 여기에 속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5000~6000종 또는 피자식물의 2%가 염생식물이라는 의미가 된다.
그런데 이 목록에 있는 종들의 57%는 단 13개 과에 속했다. 염생식물이 가장 많은 과는 명아주과였으며, 이 과의 반 이상에 해당하는 550종이었다. 피자식물 중 최상위의 3개과인 벼과, 콩과, 국화과는 많은 종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 염생식물은 5%도 채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