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사과하고 다시 시작하기

[월요논단]사과하고 다시 시작하기
  • 입력 : 2017. 04.03(월)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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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변호사로서 여러 가지 사건을 보아왔다. 소송을 할 때에는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가장 난감한 상황은 친한 사람과의 관계가 틀어진 경우이다.

모르는 사람과 계약을 할 때에는 계약서를 작성해야한다는 기본원칙을 잘 지키던 사람도 어쩐 일인지 친한 사람과 거래를 할 때에는 "우리 사이에 무슨"이라며 계약서도 없이 구두로 대략적인 사항들만 정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일이 제대로 안풀리면 그 동안 가까웠던 사이까지 틀어지게 되지만, 정작 소송을 진행하려고 보면 상대방 측의 잘못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기본서류조차 없어 난감한 경우가 많다.

친한 사람과의 사이가 틀어져 소송이 시작되었을 때 또 하나의 문제는 "미안하다"는 말이 오히려 나오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현재 상황은 이렇게 되었지만 그래도 과거 가까웠던 사이라면 진심을 담은 미안하다는 한 마디면 말 그대로 눈 녹듯이 해결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도 그 놈의 자존심 때문에 "죽어도 사과할 수 없다. 돈을 주든 교도소에 가든 간에 상대방에게 고개를 숙일 수는 없다"는 사람들이 오히려 대부분이다. 그리고 소송이 끝나면 예상대로 돈은 돈대로 물어주고 서로 원수지간이 되어 다시는 보지 않게 된다.

이러한 상황들을 보며 '사과'란 도대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국어사전에서는 '사과'의 뜻을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빎'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형사소송 중에는 상대방에게 사과문을 작성하거나, 상대에게 사과하는 것이 죽어도 싫으면 판사에게만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한다. 사과문이든 반성문이든 간에 "잘못했습니다"라고 명확히 쓰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판사가 재판에서 형을 정할 때 참작해주기 때문이다. 판사는 작량감경이라는 제도를 이용하여 피고인이 받을 형의 반을 깎아줄 수 있는데 반성하는 태도를 중요하게 고려한다.

필자는 형사사건을 진행하면 피고인에게 반드시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하라고 얘기한다. 피고인이 술에 취해 경찰관을 폭행하였다면 일반 폭행죄가 아닌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되는데, 이러한 경우 형법상 개인이 아닌 국가에 대한 죄가 성립되므로 경찰관 개인의 합의서를 받아오는 것은 의미가 없다. 형에 참작이 안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사람된 도리'로서 직접 찾아가 사과하라고 하는 것이다.

형사소송에서는 사과와는 다른 개념으로 자백이 있다. 국어사전에서는 '자백'의 뜻을 '자기가 저지른 죄나 자기의 허물을 남들 앞에서 스스로 고백함. 또는 그 고백.'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과는 용서를 빌어야 하지만, 자백은 그저 본인이 그러한 행동을 했습니다라고만 할 뿐 용서를 빌 필요까지는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현재 한 사람의 사과 또는 자백을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지지로 대통령이 되었고 또한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았던 사람이다.

현재 진행 중인 형사사건에 유리하게 하고 싶지만 죄를 인정하는 자백을 못하겠다면 적어도 '도의적인' 사과는 해야할 것이다. 본인을 지지해주었던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것을 피해자인 국민들이 이렇게 기다리고 있어야만 하는 것일까. 본인이 스스로 먼저 말할 수 없는 것일까.

사과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 그것이 자신을 한 때나마 지지해주었던 국민들에 대한 마지막 배려일 것이다. <강전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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