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4월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4월엔 어떤 날들이 있더라.
행정기관이 만든 한 달력을 보니 3일 '제주 4·3사건', 4일 '청명', 5일 '식목일', 13일 '임시정부 수립일', 19일 '4·19 혁명', 20일 '곡우'가 표기돼 있다.
또 다른 달력엔 더 많은 기념일이 표기돼 있다. 20일 '장애인의 날', 21일 '과학의 날', 22일 '정보통신의 날', 25일 '법의 날', 28일 '충무공 이순신 탄신일'. 이 가운데 그냥 뇌리에 박혀있는 기념일 수를 꼽아보니 세 손가락 정도. 흠. 내가 4월에 관심이 없었나?
나름 4월은 내게 중요한 달이다. 26일이 '결혼기념일'이다. 책상 위 달력엔 올해 초 기념일을 미리 챙기느라 동그라미 표시도 해놓았다.
하지만 사실 결혼기념일은 시부모님 생일, 부모님 생일, 남편 생일, 아이들 생일 속에서 큰 의미가 없다.
'의미가 없다'는 말이 오해의 소지가 있어 부연한다. 다른 기념일과 달리 선물을 주고받는다거나 저녁 식사를 거하게 하는 등의 이벤트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다.
다행히 요즘 다른 의미가 생겼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조금씩 부모의 결혼기념일에 관심을 가져 준 덕이다. 9살짜리 막내가 종종 하는 말이 "엄마, 아빠가 결혼을 안했으면 우리가 태어나지 않았겠지?"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걸린 문제라 그런가. 여튼 막내는 우리의 결혼기념일이 소중하다고 했고 덕분에 4월 결혼기념일의 가치가 커졌다.
곧 16일이 다가온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날이다. 사실 '4·16' 이야기를 하려다 글이 길어졌다.
세월호의 인양이 완료됐고 내부 수색이 한창이다. 아직도 미수습자 수습과 진실규명 등 갈 길이 멀다. 그만큼 희생자들을 향한 추모는 계속 될 것이다. 그 마음이 쌓이는 만큼 16일의 가치는 더 커지지 않을까. <오은지 편집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