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가 '한국여행 금지조치'를 내린 직후 제주에서는 관련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내 생각엔 그 많은 기사가 딱 두가지로 나눠지는 것 같다. 바로 제주관광시장은 '괜찮다'와 '어렵다'다. 그 대표적인 것이 '중국정부의 사드몽니에도 흔들리지 않는 제주관광'에 대한 기사와 '사드 직격탄을 맞은 유커(중국 단체관광객) 대상 숙박·여행업체'에 대한 기사다.
요새는 "이제 제주를 찾을 때가 됐다" "제주가 쾌적해졌다"는 국내 여행객들의 반응이 인터넷 등에 떠돌아다니면서 '괜찮다'는 분위기가 더 감지된다. 확실히 사드보복 초기보다 긴장감이 덜해진 것이 사실이다.
때문인지 제주관광시장 체질개선을 위한 후속조치가 보이지 않는다. 재방문객을 늘리기 위한 만족도 향상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친절도 향상, 바가지요금 근절, 고부가가치 여행상품 개발에 대한 얘기가 전혀 없다.
관광적폐 근절에 대한 기사는 오히려 서울시 강남구에서 먼저 떴다. 지난 3월 20일 유커가 없는 차에 바가지요금, 친절도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는 기사가 바로 그것이다. 유커가 끊긴 지 일주일도 안되는 시점이었다.
외국인 관광객 중에서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85%에 달하는 제주와 중국인관광객의 비율이 30%가 되지 않는 강남구. 두 곳 모두 사드보복으로 인한 피해양상이 비슷했지만 이에 대응하는 현장의 속도는 달랐다. 제주는 자체적인 노력없이 괜찮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지만 강남구는 유커가 끊기자마자 관광적폐 근절에 나섰다. 양 지역의 온도차는 엄청나다. 이것이 지난해 입도관광객 1500만명을 달성한 제주관광의 현실이 아닐까.
이제는 '힘들다' '괜찮다'를 제외한 다른 얘기를 꺼낼 때다. 관광업계·행정, 언론 모두에서 친절도 향상 등 작은 실천에 대한 얘기부터 제주관광시장 구조개혁에 대한 논의까지 시작돼야 한다. <채해원 정치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