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며]별 헤는 밤

[하루를 시작하며]별 헤는 밤
  • 입력 : 2017. 04.26(수) 00:00
  • 홍희선 기자 hah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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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의 한 구절이다. 시인에게 별은 고된 삶을 위로하는 추억이자 희망이었고 그리움이었으리라. 캄캄한 밤에 더욱 빛나는 별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놀라운 능력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건네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때때로 미래가 보이지 않아 불안함을 동반한 아득한 마음이 가슴을 파고 들 때나 지난 것들에 대한 대책 없는 그리움이 사무칠 때면 사람들은 푸르른 잎을 헤아리거나 고운 꽃송이들을 헤아리는 것 보다 어둠에 숨어 반짝이는 별을 올려다보는 것이 더 편한 시간일지 모른다. 이렇듯 별은 오랫동안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늘 그 자리에서 빛나는 내면의 매개체로 존재해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별들 따라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는 것 자체가 쓸데없는 낭만이자 일상의 사치쯤으로 멀어져간 것 또한 우리의 현실이 되었다.

누구든 잊지 못할 밤하늘의 별 몇몇은 기억 속에 있지 않을까. 나에게 각인 된 잊지 못할 밤하늘은 어른도 아이도 아니어서 설익은 청귤 같던 이십대 청춘 한복판, 마음의 헤맴에 무작정 떠났던 인도에서였다. 인도 여행 중 자이살메르 사막투어를 앞두고 지독한 감기에 걸렸었다. 게스트하우스에 함께 묵었던 여행자들이 모두 반대할 만큼 몸의 상태는 심각했는데 나는 그때 그 시간이 아니면 영영 다시 못 올 것 같은 예감에 무리해서 사막투어를 떠났었다. 낙타 등에 몸을 맡기고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막을 가로지르는 그 시간은 감기에 몽롱해진 정신만큼이나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해가 넘어가며 하늘을 물들이는 시간, 바람에도 물결치는 고운 모래사막 한복판에서 간단하게 허기를 채우고 침낭하나 펼치고 누웠다. 뜨거웠던 모래는 어둠만큼이나 차갑게 식었고 어느덧 하늘엔 별들이 채워졌다. 따뜻한 온기는 없었으나 눈앞에서 쏟아질 듯 펼쳐진 별빛들은 그날 밤 가장 화려한 이불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그때 여행길에서 인연이 되어 함께 밤하늘을 바라보며 반짝이는 별 이불을 덮고 잤던 벗이 시간이 흐른 현재, 제주도의 밤하늘을 지키는 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은 급격한 경제성장과 개발에 의해 89%가 빛 공해 지역이자 세계에서 '빛 공해에 노출된 국가' 2위로 그 피해와 에너지 낭비가 심각한 수준이다. 청정 제주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에 제주도를 국제밤하늘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빛 공해 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제주도 밤하늘 관측 관광명소 선정 및 국제밤하늘보호구역 지정을 위한 시범사업 연구'가 올해 제주녹색환경지원센터의 과제로 선정되면서 연구비 지원을 받게 되었다. 벗이 오랫동안 준비하며 노력해 온 과정을 짐짓 알고 있기에 나 역시 참으로 벅차다. 이제 벗은 어둠이 내려앉는 밤이 찾아오면 별빛을 쫓아 제주도 곳곳을 헤맬 것이다. 이러한 작은 노력들로 제주도가 단순히 관광지를 넘어서 밤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치유를 안겨주는 힐링의 섬이 되기를 마음 깊이 기원한다.

나라는 크고 작은 소란스러움이 끊이지 않고, 빠르게 반복되는 일상과 코앞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급급한 현실. 그러다보니 우리는 하늘 한번 올려다보는 것조차 때때로 버거운 일이 되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찰나의 시간이나마 밤하늘 올려다보며 '별 하나의 추억과 별 하나의 사랑'을 헤아릴 수 있는 따뜻한 봄밤이었으면 좋겠다. <김윤미 서귀포시 귀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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