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전 기자의 부친이 집을 지었다. 당시 일반적인 주거형태인 슬레이트집 이었으며 이웃들은 성냥을 한아름 안아들고 찾아와 자기일인냥 축하해줬다. 모친은 맛난 음식을 이웃들에게 대접하며 고마워했다. 기자의 첫 집들이 경험이다.
제주지역 주택보급률은 얼마나 될까.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2015년 기준 주택보급률은 100.7%로 집계됐다. 단순 수치상으로는 제주의 모든 가구(22만 가구)가 자신의 집을 소유하고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실제 자가보유율(호남지방통계청 집계)은 58.3%로 나타났다. 달리 말해 집 없는 무주택자가 41.7%로, 10명 중 4명 가량이 전세나 월세 또는 사글세를 살고 있음이다.
그런데 제주땅에서 살아가는 무주택자들은 자기집을 가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슬픈 현실을 안고 가야할 듯 싶다. 수입은 전국에서 가장 적은데 집값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몇년새 폭등한 집값은 도내 무주택자들의 내집마련 희망을 앗아가고 있다. 한국감정원 자료 분석결과 2014년 3월 기준 도내 평균 주택매매가격은 1억4039만원. 그런데 3년이 흐른 지난 3월 기준 제주지역 평균 주택매매가격은 2억3289만원으로 크게 올랐다. 전국 17개 시·도 집값이 3년간 평균 7.2% 올랐지만 제주의 경우 무려 66%나 폭등했다. 신제주지역 아파트의 경우 매매값은 5억원 전후로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서울의 웬만한 동네 수준을 웃돌고 있음이다.
그렇다면 제주도내 가구의 평균수입은 얼마나 될까. 제주자치도가 도내 3000가구를 대상으로 '2016 제주사회조사'를 벌였는데 10가구 중 4가구 가량이 월 300만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놀랍게도 그 비율이 무주택자 비율과 똑같은 41.7%였다. 2015년 통계청 지역소득 분석자료에 따르면 도내 1인당 개인소득은 1649만원으로 전국평균 1717만원을 크게 밑돌았다. 거액의 빚을 내지 않는 한 집을 사기가 요원한 현실이다.
지난해말부터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이른바 사드보복을 하고 있다. 제주땅에 유커가 자취를 감췄다. 자연스럽게 중국인들의 묻지마 투자도 뜸해졌다. 더불어 '제주살이' 열기도 식어갔다. 그랬더니 제주 집값 폭등세가 멈췄다. '거품 붕괴 조짐'이라는 분석과 더불어 미분양 주택이 늘고 있다는 등 무주택자 입장에선 솔깃한 소식도 들려온다. 자연스럽게 "집값은 내릴까?"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오른 집값, 보합세를 보일지언정 수년전 가격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국 도내 무주택자들에게 내집이란 그림의 떡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고 보는게 맞을 듯 싶다.
혹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설움 중에 가장 큰 설움이 집 없는 설움이라고. 집은 꼭 사야 한다는 인식이 과거에 비해 많이 약해지기는 했지만 금전적 여유가 있으면 사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게 사실이다. 집값 폭등은 전세나 월세 상승을 동반한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전세값이나 월세 또는 사글세를 마련할 수 있는 서민들에겐 더욱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 집들이 축하객이 아니라 축하객을 맞이하는 행복을 느끼고픈 것, 서민들에게 내집 마련의 꿈은 무리한 욕심인 제주가 되어버렸다.
내일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10일 새벽 쯤이면 새대통령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누가 되든 어깨를 짓누르는 무주택 설움을 안고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집 걱정을 벗어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라도 만들어줬으면 한다. 그러면 그는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을 터이다.
<김성훈 뉴미디어편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