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제주愛빠지다](1)조남희 베리제주 대표

[2017 제주愛빠지다](1)조남희 베리제주 대표
"삶 찾아준 제주 정말 고마울 뿐"
  • 입력 : 2017. 05.25(목) 0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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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수익 2/3 지역 환원
제주작가 작품 전국 소개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포구 입구에서 마을 안길을 따라 1~2분쯤 걷다보면 '베리제주(VERY JEJU)'란 이름을 단 집을 만날 수 있다. 안거리(안채)와 밖거리(바깥채)로 구분돼 제주의 전통적 주거 문화를 간직한 이 곳은 자그마한 '제주 전시장' 같다. 한라산 모양의 초, 조랑말 열쇠고리, 제주어 배지와 같은 기념품에서부터 말 육포, 귤잼 등 제주 먹거리까지 온통 제주를 소재로 한 상품이 매장을 가득 채웠다. '베리 제주'는 '제주를 담은, 제주를 닮은 모든 것'이란 의미를 담고있다.

베리제주를 가꾸는 조남희(38·사진) 대표를 만났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조 대표는 다니던 무역회사를 그만두고 5년전 아는 이 하나 없는 제주에 정착했다.

조 대표는 "(서울에서의 직장생활은) 내게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았다"면서 "가끔 주말에 제주에 여행을 오며 언젠가는 아름다운 이 곳에서 살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 데, 그 결심을 좀 더 앞당겨서 이행하게 됐다"고 전했다.

"행복하지 않아서 제주도로 떠났다"는 그는 제주에서 찾은 행복을 주민들에게 되돌려주고 있다. 제주 상품을 온·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전국에 판매하는'베리제주'는 수익금의 3분의 2를 지역사회에 환원한다.

5년간의 제주 이주 생활 속에서 그는 지역과 공생하는 길을 택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조 대표는 오히려 "제 삶을 여기에서 찾았기 때문에, 제주가 정말 고맙다"고 했다.

작가이기도 한 조 대표는 정착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을 만났다. 글을 쓰는 직업이다 보니 아무래도 다른 이주민들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

베리제주에 입점된 기념품은 모두 제주 거주 작가들이 만든 것이다. 현재 50여명의 작가들이 이 곳에 작품을 내고 있다. 조 대표는 "플리마켓등을 돌아다니며 작품을 입점할 작가들을 찾았다"며 "그렇게 작가 한명을 알게되다 보면 알음알음 다른 작가들도 소개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베리제주를 운영하게 된 것도 제주에서 쌓은 인연 덕택이었다. 알고 지내던 도민 중 한명이 그에게 사회적 기업인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에서 일할 것을 권유해 지난 2015년 8월쯤 조합에 발을 들였다. 그가 대표로 있는 베리제주는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에서 설립한 5개 지점 가운데 하나다.

연고 하나 없는 이주민들에게 제주에서 인연을 만드는 일이 녹록치 않다. 하지만 조 대표는 그렇다고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 주민들한테는 천천히,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게 중요하다. 애써 잘 보이려고 자신을 꾸미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면서 "특히 제주시내가 아닌 마을에 들어와 살려고 한다면 과연 자신을 주민들에게 얼마만큼 내보이며 살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 대표의 꿈은 제주 작가들의 '창작 생태계'를 키워나가는 것이다. 그는 "베리제주를 통해 제주 작가들이 장기적인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하고 싶다"며 "작가들과 새로운 제주의 문화예술사업도 기획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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