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대중교통체계 개편에 즈음해…

[백록담]대중교통체계 개편에 즈음해…
  • 입력 : 2017. 06.05(월) 00:00
  • 현영종 기자 yjhye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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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교통체계도 서울처럼 몽땅 다 뜯어 고칠 수 있다면 서울시의 교통체계개편 추진팀을 모두 런던으로 모셔 가고 싶다."

2004년 10월, 서울을 방문한 귀네스 던우니 영국 국회 교통위원회 위원장의 소회다. 당시 그는 교통위원회 소속 의원 6명과 함께 서울을 찾았었다. 런던의 교통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대중교통의 개혁에 앞서 교통국의 인력을 모두 교체했다. 물밑에서 이뤄지던 기존 행태에서 벗어나 공개적이고 투명한 의견수렴의 장을 마련했다. 시민단체와 시정개발연구원, 서울시 교통 전문가, 버스조합과 버스노동조합, 마을버스조합으로 구성된 '버스개혁시민위원회'가 그 것이다. 초기에는 고성이 오가기도 했지만 회의가 계속되면서 점차 실마리를 찾아갔다.

시행착오도 적잖았다. 시행 초기 준비부족과 과욕, 시민들의 무관심 등으로 극심한 혼란이 이어졌다. 개통 직후 곳곳에서 교통카드 단말기가 먹통이 되는가 하면 중앙버스차로에선 버스들이 뒤엉키며 '버스기차'를 방불케했다. 노선이 바뀐 탓에 시민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적잖이 목격됐다.

그래도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개편 7년 후인 지난 2011년 설문 조사한 결과 일평균 이용건수가 120만여건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시민만족도 또한 2006년에 비해 25.3%나 상승했다. 반면 시내버스 사고 건수는 2004년에 비해 절반 가량으로 줄었다. 서울시는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2011년 4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59회 UITP(세계대중교통협회) 세계총회에서 아·태지역 '최고정책상'과 '모범사례상'을 받기도 했다.

제주자치도가 대중교통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을 준비중이다.

오는 8월부터 도내 전 지역이 시내버스화 되고, 급행버스가 신설·운영된다. 운행되는 버스도 765대나 증차된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대중교통우선차로제이다. 중앙로 및 공항로 일부 구간에는 도로 중앙에 대중교통 우선 차로가 신설된다. 동·서광로에는 가변차로가 만들어진다.

버스요금 체계도 개선된다. 제주 전 지역에 시내버스 요금이 적용되면서 거리에 상관없이 요금이 1200원으로 통일된다. 급행버스의 경우 기본 2000원에서 5㎞당 500원의 요금이 추가된다. 최대 상한 요금은 4000원이다. 노선 개편을 통해 중복노선 등이 단순화되면서 현행 644개의 노선은 134개로 줄어든다. 제주공항 등 4곳과 읍·면소재지 등 20곳에는 환승센터 및 환승정류장이 들어선다. 더불어 공영버스는 공기업으로, 민영버스는 준공영으로 전환된다.

벌써부터 우려·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일부에선 열악한 도로 여건을 들며 우선차로제 도입에 반발한다. 노약자·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적잖다. 개편·신설되는 노선에 대한 홍보 부족 등 우려도 뒤따른다. 관련 업계에선 경영 악화·임금 동반 상승 등을 걱정한다. 대형면허 소지자들이 대거 물리면서 관련 업계에선 초비상이다.

서울시는 대중교통체계 개편 이후 매년 1600억~2900억원 가량을 버스회사에 지원하고 있다. 지하철과의 환승도 불편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서울시가 얼마 전부터 준공영제에 대한 보수·수리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연유다. 제주 또한 초기 부담금이 매년 57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도민 공감대 확산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도민들의 참여 속에 제주 특성에 맞는 최적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 서울시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현영종 편집뉴미디어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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