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요란한 사이렌 경보음과 함께 날아든 문자 한 통. 그 간 조류독감이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아 나름 청정지역임을 자부했던 제주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 AI) 감염이 의심되니, 도내 오일시장에서 살아있는 가금류를 구입한 경우 신고해 달라는 재난 문자가 발송돼 도민들을 놀라게 했다.
AI는 야생조류나 닭, 오리 등 가금류에 감염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이다. 보통 철새는 AI에 저항성이 있어 증상이 거의 없으나, 이 바이러스가 가금류에 옮겨졌다가 사람에게 옮겨지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1997년 이전까지만 해도 새와 사람은 서로 '종(species)' 이 다르기 때문에 조류인플루엔자가 인체 감염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1997년 처음으로 홍콩에서 H5N1형 고병원성 AI에 18명이 감염되었고, 이 중 6명이 사망하면서 이러한 생각은 더 이상 유지되지 못했다.
A형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는 2개의 표면단백질이 존재하는데, 이 단백질의 구조에 따라 다양한 혈청아형이 존재한다. 현재까지 이 표면단백질의 H항원은 16가지(H1~H16), N항원은 9가지(N1~N9)가 알려져 있다. 이 중 H5N1형, H5N6형, H7N9형 바이러스 등이 외국에서 사람에게 감염되어 사망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이후 H5N1형, H5N6형, H5N8형의 고병원성AI가 유행한 바 있으나, 아직까지 인체감염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 이번에 제주지역에서 발생한 AI는 H5N8형인 것으로 확인됐는데,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에 의하면 이 타입에서는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가 없다고 한다.
제주에서 AI가 유행한다는데 닭고기, 오리고기를 먹어도 괜찮은 걸까. 농림축산식품부에 의하면 AI가 발생한 농장의 닭에서는 계란이 생산되지 않으며, 3㎞ 이내의 닭이나 오리뿐만 아니라 종란과 식용란까지도 이동을 통제하고 전부 폐기된다고 한다. 그리고 시중에 유통되는 닭, 오리고기는 도축검사를 받아 건강한 개체이니 만큼 안심하고 소비해도 된다고 한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만에 하나 AI에 오염되었다 하더라도 70℃ 30분, 75℃ 5분간 가열할 경우 바이러스가 모두 사멸되므로 익혀서 먹을 경우 문제가 없다고 얘기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에서도 익힌 닭고기, 오리고기 및 계란 섭취로 인한 전염위험성은 없는 것으로 결론지은 바 있다고 밝혔다.
다만 외국의 감염 사례를 보면 살아있는 가금류에 밀접한 직접 접촉을 통해서 감염되었다고 하니 동물시장이나 가금류 농장 방문을 피하고, 가금류를 다루고 난 후에는 손씻기를 철저히 하며, 75℃ 이상으로 반드시 익혀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