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녀를 말하다](3)부산 영도구 남항동어촌계

[한국 해녀를 말하다](3)부산 영도구 남항동어촌계
도심속 해녀촌 운영하며 수눌음 제주해녀 문화 지켜
  • 입력 : 2017. 06.22(목)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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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부산광역시 영도구 동삼동 바닷속에서 남항동어촌계 이금숙 해녀회장이 해산물을 채취하고 물밖으로 상승하고 있다. 사진=부산광역시 영도구에서 강경민기자

고령화·어장 축소·환경 악화 지속가능 물질 위협 요인
출향 해녀 삶 들여다 볼 수 있는 해녀막사(불턱) 폐쇄

부산광역시는 전국에서 제주특별자치도를 제외하고 해녀가 가장 많은 곳이다. 이 가운데 영도구에는 기장군을 제외하고 부산에서 가장 많은 해녀가 살고 있다.

2016년말 기준 부산광역시 30개 어촌계의 나잠(해녀)어업인은 953명이다. 2008년 1059명에서 2009년 1010명, 2010년 999명, 2011년 986명, 2012년 964명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제주도내 해녀는 4005명이다.

지역별로 보면 기장군이 627명으로 가장 많고 영도구 151명, 해운대 84명, 사하 34명, 서구 23명, 남구 19명, 수영 14명, 강서 1명 순이다.

연령별로는 70세 이상이 476명으로 가장 많고 60~69세 390명, 50~59세 78명, 40~49세 9명으로 부산시 역시 제주와 마찬가지로 해녀인구감소에 따른 고령화 현상이 심각해 지고 있다.

부산국가지질공원 '이기대'에 남아있는 해녀막사(불턱)

#영도구 남항동어촌계

영도구는 남항동어촌계와 동삼동어촌계가 자리잡고 있다. 남항동어촌계 회원은 58명, 동삼동어촌계는 93명이다.

이들 어촌계 회원중 해녀들은 영도구 앞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생활하고 있다.

부산시 영도구 동삼동 중리해안.

이곳은 동삼동어촌계 소속 마을어장이지만 남항동어촌계 소속 해녀들의 물질 작업장이다.

영도구와 서구 암남동을 연결하는 남항대교 건설 등으로 남항동어촌계의 마을어장이 축소되고 사라지면서 이곳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이는 현재 두 어촌계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동삼동어촌계 회원들이 어촌계장이 바뀔때마다 남항동어촌계 해녀들을 자신들의 어장에서 쫓아내 달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항동어촌계 70~80대 고령해녀들의 생계가 달려 있어 지난 수십년동안 암묵적으로 물질과 장사를 허용해 주고 있다.

중리해안에는 제주출신 해녀들이 물질을 해서 잡은 해산물을 판매하는 해녀촌이 있다. 해녀촌은 당초 중리산 아래에 있었지만 태풍 차바로 소실돼 현재 공사가 진행되면서 이곳으로 임시 자리를 옮겼다. 새로 지어지고 있는 해녀촌에는 출향 제주해녀들의 삶을 기록하는 해녀박물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해녀촌은 우도가 고향인 윤희추(88)할머니와 김정생(71·구좌 하도)·고금순(67·종달리)·윤영옥(70·우도)·이순자(75·우도)·고앵화(81·우도)·이금숙(71·우도)·김춘희(78·김녕리)·정순자(74·신양리)·정춘자(75·신양리)씨 등 제주출신 해녀 16명의 삶의 터전이다. 10~30대 젊은 나이에 제주를 떠나 이곳에 와서 거친 바다를 터전 삼아 억척스러운 물질을 하면서 40~60년이란 삶을 이어왔다.

이들은 현재 자식들이 장성을 했으나 매일같이 바다에 물질을 하러 들어간다.

비와 파도만 없으면 새벽 6시 30분쯤 물질에 나가 4~5시간 작업을 하고 채취한 해산물은 바로 해녀촌으로 가져와서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판매한다. 이곳에서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군소와 해삼과 소라, 전복 등이다. 처음에는 공동생산, 공동분배를 시도했으나 고령화 등으로 물질 작업량에 차이가 나면서 개인 생산·판매를 선택했다.

손님의 인원수에 따라 매상이 달라질 수 있어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가끔 고성이 오고 가지만 이들은 서로 상호 순환적 판매방식을 택해 가능한 모든 이익이 분배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한정된 마을어장내 매일 같은 물질작업과 육상개발에 따른 마을어장 축소는 해산물의 고갈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 취재팀이 지난 15일 오전 스쿠버 장비를 이용해 중리해안 마을 어장을 탐사한 결과 제주도 마을어장과 마찬가지로 갯녹음이 진행돼 있었다. 또 10m이상 깊은 수심에는 해삼과 소라 등 해산물들을 찾아 볼 수 있었지만 3~5m 낮은 수심에서는 군소와 고동, 성게 등만이 목격될 뿐 전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제주마을 어장과 달리 해조류는 풍성했다.

이금숙 남항동어촌계 나잠회장(71)은 "매일같이 장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날씨만 좋으면 바다에 들어간다"며 "매일 물질을 해서 물건을 잡다보니 점점 해산물을 잡기가 어려워 지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부산국가지질공원 '이기대'에는 출향 해녀들의 부산에서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해녀막사(불턱)가 남아 있지만 이곳에서의 해녀들의 상업행위를 금지하면서 현재는 폐쇄돼 내부의 모습을 확인해 볼 수 없었다. 출향 해녀들이 이곳에서 생활을 했다는 안내문 조차 없었다.



#부산광역시 지원

제주 해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로 부산광역시에서도 해녀 지원에 나서고 있으나 실제 지원은 미미한 실정이다.

부산광역시의회는 지난해말 '부산시 나잠어업 종사자(해녀)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제정했다. 나잠어업 문화를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안전사고 예방, 편의시설 설치, 체험활동 프로그램 개발, 교육과 교류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도 조례안에 담았다. 특히 수중 작업 도중 종종 발생하는 잠함병에 걸린 해녀는 시에서 지정하는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거나 진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예산지원이 이뤄지지않아 실질적인 혜택은 미미하다.

이와 관련 정동만 부산광역시의회 의원은 "부산 해녀의 건강과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지난해말 해녀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며 "앞으로 예산을 편성해 실제 지원이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별취재팀=고대로부장, 강경민차장, 김희동천·강동민기자

[인터뷰]이금숙 남항동어촌계 해녀(나잠)회장
"출향 해녀들도 지원 받게 해달라”

"제주도 해녀는 병원비도 무료로 해주고 잠수병 치료도 받게 해주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2년에 한번 자부담을 해서 잠수복을 지원받는게 전부입니다. 여기서 30~40년 가까이 장사를 하고 있는데 지역 사람들이 술을 팔고 있다는 신고를 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어 장사 할 맛도 안납니다."

30대에 고향 제주를 떠나 영도에 정착한 이금숙 남항동어촌계 해녀(나잠)회장(71·사진)은 "제주해녀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로 해녀에 대한 인식은 많이 좋아졌으나 전국에 나와 있는 제주 해녀들은 다들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제주는 금채기를 지정해서 수산자원을 보호할 수 있는데 여기는 해산물을 잡아야만 장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며 "이제 나이가 더 들면 물질을 못하게 되고 그러면 부산에 있는 제주해녀들도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작년에도 이곳에서 물질을 하다가 제주해녀 두 분이 돌아가셨다"며 "더 늦기 전에 전국에 나와 있는 출향 제주 해녀들도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해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영도구 남항동어촌계 해녀촌 전경

고대로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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