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발길 처음 허락한 때묻지 않은 숲

사람 발길 처음 허락한 때묻지 않은 숲
진물길 세계자연유산 등재 10주년 기념 첫 개방
오름·곶자왈·습지 등 다양한 식생에 탐방객 감탄
  • 입력 : 2017. 07.05(수) 17:48
  • 채해원 기자 seaw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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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오름 국제트레킹 행사 첫 날인 지난 1일, 사람의 발길이 처음 허락된 진물길에 세계자연유산 제주 서포터즈 20여명을 비롯한 탐방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강경민 기자

세계자연유산센터 탐망안내소에서 거문오름 분화구까지 오른 뒤 거문오름 수직동굴, 서늘한 기운을 내뿜는 벵뒤굴, 삼나무가 늘어진 숲을 지나 흐린내생태공원까지 약 6㎞를 걷는 진물길 코스가 올해 첫 선을 보였다. 진물길 코스는 세계자연유산 지정 10주념을 기념해 개발됐으며, 거문오름 국제트레킹 행사가 열리는 오는 10일까지 일반인들에게 개방된다.

 거문오름 국제트레킹 행사 첫 날인 지난 1일, 사람의 발길이 처음 허락된 진물길엔 세계자연유산 제주 서포터즈 20여명을 비롯한 탐방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3시간 30분 동안 거문오름 정상을 넘어 곶자왈을 통과해야 하는 코스인 만큼 탐방객 들은 더운날씨에도 긴바지, 등산화 등으로 단단히 채비를 한 모습이었다.

 진물길 코스는 오름과 곶자왈, 초지, 습지 등 거문오름 주변의 다양한 식생을 즐길 수 있었다. 이끼옷을 입은 바위와 물기를 머금은 낙엽, 빽빽한 나무들이 특유의 경관을 자아내는 곶자왈을 비롯해 하늘을 향해 치솟은 삼나무림, 서늘한 기운의 용암함몰구를 점령하고 있는 다양한 양치식물(고사리) 등 3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다채로운 숲의 면면을만났다.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개방된 벵뒤굴을 지나 흐린내생태공원으로 향하는 마지막 3㎞ 구간이었다. 탐방객들은 올해 처음 열린 이 구간에서 "간만에 사람이 많이 와서 니(숲)가 많이 놀랬겠다" "수고가 많다"고 얘기를 건네며 여유롭게 발길을 옮겼다. 이 구간에는 제주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습지도 자리하고 있었다. 옛 부터 거문오름이 자리한 선흘2리 마을주민들은 벵뒤굴~흐린내공원 인근에 자리한 이 습지를 '진물'이라 불렀다고 한다. 때문에 세계자연유산 탐방안내소부터 흐린내생태공원까지 이어지는 이 코스의 이름도 '진물길'이 됐다.

 이 길을 탐방한 고귀혜(31) 세계자연유산 제주 서포터즈 단원은 "1년에 한번뿐 못 걷는 길이여서 원시림 느낌이 났다"면서 "때묻지 않은 제주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트레킹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천안에서 제주를 찾은 고진희(46)씨도 "진물길은 사람의 발길이 적어 그대로의 숲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행사 기간에만 개방되는 용암길·진물길코스에서 명상프로그램 등 힐링 프로그램이 진행된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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