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강철같은 사람들이 눈부시게 아름다웠어"

[책세상]"강철같은 사람들이 눈부시게 아름다웠어"
화가 홍성담씨 글을 쓰고 그림 그린 '운동화 비행기'
  • 입력 : 2017. 07.07(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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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5월 광주 생생한 체험을 토대로 대동정신 그려

"그날 밤 자정, 계엄군의 총칼에서 일제히 불이 뿜어져 나왔어. 아름다운 사람들이 쓰러졌어. 날이 밝아오자 살아남은 사람들도, 죽은 이들도 어디론가 사라져 갔어. 사람들이 흘린 눈물이 하얀 꽃비로 변해 도시에 내렸어. 한없이 한없이 내렸어."

소년의 죽음이 있었다. 민주주의와 자유, 평화를 외치는 청년과 시민들이 계엄군의 총칼에 죽임을 당했다.

무장하지 않는 사람들과 아이도 예외가 아니었다. 마을 옆 저수지에서 친구들과 수영하다가 계엄군에게 생명을 빼앗긴 방광범군, 총소리에 놀라 달아나다 벗겨진 새 신발을 줍던 순간 총탄을 맞고 숨진 전재수군도 그들 중 일부다.

그날 스러져간 두 소년의 영혼이 한 권의 그림책으로 살아났다. 화가 홍성담씨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운동화 비행기'다.

이야기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시작된다. 능화초등학교 2학년 1반 정새날은 엄마가 생일선물로 사준 새 운동화를 신고 뒷산 너머 저수지까지 쉬지 않고 달려간다. 순간, 늦봄 따가운 햇살에 데워진 물에 뛰어든 천진한 아이들의 몸 위로 총알이 박히며 평화로움은 깨진다.

캄캄한 땅 속에 잠들었던 새날이는 찔레꽃 향기에 깨어나 새 운동화를 비행기마냥 타고 1980년 5월 광주로 날아간다. 소년은 그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었다. 수많은 아이들의 울음이 온 도시에 울렸던 그곳에서 새날이가 본 것은 한마음으로 도시를 지켜내던 사람들이다. 슬픔을 딛고 일어선 사람들은 새날이가 살던 마을 산처럼 크고, 너른 논처럼 넉넉했다. 소년은 말한다. "강철같은 사람들이 눈부시게 아름다웠어."

슬픈 나날이 바람처럼 지나갔다. 새날이는 이제, 엄마의 울음에 대답한다. "엄마 엄마, 울지 마요. 총칼에 맞선 이들을 보세요. 사람들이 지켜낸 이 세상을 보세요. 난 이제 눈물 흘리지 않을 거예요."

작가는 언젠가 아이들에게 광주 이야기를 들려주리라는 마음을 품어왔다. 자칫 5월 광주에서 겪었던 아픔이 고스란히 드러나 아이들에게 날카롭게 전달될까 싶어 그날의 참상보다는 대동정신을 전달하려 했다. 평화를품은책.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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