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플러스]계곡선 물 맞고 모래찜질까지…

[휴플러스]계곡선 물 맞고 모래찜질까지…
옛사람들의 특별한 여름 나기
  • 입력 : 2017. 07.07(금)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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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삼양해수욕장에서 모래뜸질을 하는 모습. 한라일보 DB

선풍기·에어컨 없던 시절 자연 순응하며 시원함 찾아
복날 더위 피해 계곡으로 여름철 질병 예방 위해 팥죽 쑤어 먹기도


장마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2일 제주시 지역 밤 기온이 30.1℃를 기록하는 등 올여름 첫 열대야 현상을 보였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폭염에 가정과 사무실에선 냉방기 사용이 늘고 있다. 그렇다고 선풍기와 에어컨, 제습기를 계속 틀자니 전기요금이 부담된다.

선조들은 선풍기와 에어컨 같은 문명의 이기가 없었던 시절 자연에 순응하며 나름의 피서법으로 여름을 보냈다. 오는 12일은 삼복(三伏) 중 시작이자 무더운 여름을 알리는 초복이다. 선인의 지혜를 따라 올 여름철 무더위를 극복해보자.

▶복날 풍습=음력 6~7월에 걸쳐 있는 세 번의 절기, 곧 초복·중복·말복을 말한다. 삼복은 1년 중 무더위가 가장 극심한 시기로 가을 기운이 땅으로 내려오다가 이 기간에는 더위 앞에 잠깐 엎드려 있는다고 해 '엎드릴 복(伏)'자를 써서 복날이라 했다. 향토문화전자대전에 따르면 선조들은 복날 더위를 피하기 위해 술과 음식을 마련해 계곡이나 산정을 찾아가 노닐었다. 옛날 궁중에선 높은 벼슬아치들에게 빙과를 주고, 궁 안에 있는 장빙고에서 얼음을 나눠줬다고 한다.

삼복 더위를 이기기 위해 산간 계곡을 찾아서 청유를 즐기고, 고단백·고열량 식품으로 알려진 보신탕(개장국)이나 삼계탕을 먹었다. 또한 더위를 먹지 않고 질병을 예방한다고 해 팥죽을 쑤어 먹기도 했다. 지금도 제주에선 복날이 되면 옛 조상들이 가르쳐 준 대로 보신음식을 해먹으며 복물 맞기와 모살뜸 등의 피서로 무더위를 이겨내고 있다.

▶물맞기와 모살뜸=제주에선 복날이 오면 폭포 등에서 물맞기를 즐긴다. 폭포나 용천수가 흐르는 계곡을 찾아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차가운 물을 맞으면 마치 안마를 받는 것처럼 시원하기 때문이다. 농촌일에 시달려 관절염이나 근육통 허리통증 신경통 등으로 고통받던 사람들이 물맞이를 선호했다.

모살뜸(모래뜸질)은 제주시 삼양동 삼양해수욕장에서 음력 6월에 행해지는 풍속이다. 이는 모래 구덩이에 들어가 전신을 뜨거운 모래에 묻는 일종의 한증 요법이다. 제주시 삼양동에 있는 삼양해수욕장은 다른 바닷가와는 달리 검은 모래 사장으로 이루어져 있어 여름에는 발도 디딜 수 없을 만큼 뜨겁다.

모래뜸질을 하기 위해선 먼저 삽으로 한 사람이 드러누울 만큼 구덩이를 판 뒤 30분쯤 그대로 둔다. 그런 다음 구덩이 안이 뜨거워지면, 뜸질하는 사람은 살결이 직접 모래에 닿지 않게 삼베옷이나 얇은 옷을 입고 바닷물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모래 구덩이에 들어가 반듯하게 눕는다. 함께 간 일행이 발끝부터 가슴까지 모래로 가볍게 덮어주고, 얼굴은 햇볕이 닿지 않게 양산이나 모자 등으로 가린다. 30분 정도 누워 있다가 다른 사람과 교대하는데, 이렇게 며칠 동안 모래뜸질을 계속하면 신경 질환에 특효가 있다고 한다.

예부터 삼양동 바닷가의 흑모래를 이용해 아녀자의 배꼽 밑에 뜸질을 하면 임신을 할 수 있다는 속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런 속설이 육지에까지 퍼져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검은 모래를 운반해 갔다고 한다. 모래뜸질 요법은 만성 류머티즘을 비롯해 비만·견통·요통·신장병 등에는 좋으나 고혈압·동맥경화·심장병·허약체질 등에는 금기돼 있다. 고대로기자



무더위 이기는 맛… '닭제골' 들어봤나요


음력 6월이면 찾는 닭고기 만병에 효험 있다고 전해져 시원한 콩국소도 여름별미


제주에서는 예부터 이른 봄에 깐 병아리를 집 마당에서 기르다가 음력 6월이 되어 중닭으로 자라나면 닭죽이나 '닭제골'이라는 음식으로 만들어 먹었다. 이날 닭고기를 먹으면 만병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제주 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닭제골'이라는 음식은 손질한 닭 속에 참기름을 바르고 마늘을 채운 다음, 무쇠솥 안에 뚝배기를 놓고 그 위에 꼬챙이 7~8개를 걸쳐 준비한 닭을 올려 중탕한 것이다.

특히 닭 중에도 오골계(발과 온몸이 검은 닭)는 약효가 더 좋다고 해 허약한 사람을 위해 약닭으로 사다 먹었다. 중병이나 몸이 허약한 사람은 오골계를 잡아 마늘 한 보시에 수은과 칠낭(옻칠나무)을 약간 넣고 실로 꿰매어 가마솥에서 고아먹었는데, 이때 칠이 몸에 오르지 않으면 보기가 돼 건강해진다고 한다.

어린아이에게 닭을 먹일 경우에는 닭 속에 어영뒤낭(앵두나무)을 조금 잘라 넣고, 황톳물과 쌀 한 보시를 넣어 실로 꿰매고 고아 먹이면 회충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부인병으로 몸이 허약한 사람은 황계(새빨간 수탉)를 잡아서 그 속에 마늘 한 줌, 쌀 한 줌, 백토란과 지네를 넣고 달여 먹으면 보기가 된다고 한다. 음력 6월 20일 먹는 닭은 여자는 반드시 수탉을, 남자는 암탉을 먹어야 더욱 그 효험이 있다고 전한다.

제주는 6월 20일쯤 되면 조 파종이 끝나고 김매기는 아직 이른 때라 조금 한가해지는 시기이다. 또한 날이 무더워지기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해 자연스레 더위를 견딜 수 있는 음식을 찾을 철이기도 하다. 민간에서 복날이면 보신용으로 계삼탕(삼계탕)과 구탕( 보신탕)을 먹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대로기자



▶▶장마철 생활 꿀팁


올해 장마는 평년보다 비가 적은 마른 장마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집안에 널어둔 빨래가 잘 마르지 않고 쾌쾌한 냄새로 인해 생활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장마철 습기와 냄새를 제거하는 간단한 방법을 소개한다.

집안의 눅눅한 옷장이나 서랍장 바닥에 신문지를 깔아주면 습기가 흡수돼 뽀송뽀송한 상태를 유지시켜 준다. 신문지의 잉크는 방충효과까지 있다.

굵은 소금을 큰 용기에 담아 빨래 건조대 밑에 놓아 두면 공기중에 있는 습기를 흡수해 빨래가 빨리 마르는 효과를 볼수 있다. 습기를 먹은 소금은 전자레인지에 1~2분 정도 돌려 건조시킨 후 재사용이 가능하다. 또 빨래 건조대를 향해 선풍기를 틀어 놓으면 건조시간이 단축되고 위생적으로 빨래를 말릴 수 있다.

세탁과정에서 빨래 냄새를 제거하려면 헹굼단계에 식초를 한 두 방울 넣어주면 세균을 억제해 냄새를 제거하는데 도움이 된다.

숯과 향초는 집안 습기제거와 냄새를 제거하는데 효과가 있다. 숯은 자체 습도 조절 능력이 있어 공기 중에서 습도가 높으면 습기를 빨아들이고 반대로 낮으면 방출해서 스스로 습도를 조절해준다. 숯은 3개월에 한 번씩 깨끗이 씻어 햇볕에 말리면 장기간 사용이 가능하다.

장마철 눅눅한 습기를 제거하기 위해 보일러를 가동하는 것은 오히려 곰팡이를 더욱 번식시킬수 있어 공기순환이 잘되는 선풍기를 트는 것이 좋다.

올 여름은 전기요금 걱정 없이 저렴하게 습기와 냄새를 제거해보자. 고대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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