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건강한 제주](3) 제주 아이들 비만율 왜 심각한가

[아이들이 건강한 제주](3) 제주 아이들 비만율 왜 심각한가
어른들 방관 속 나쁜습관이 비만 야기
  • 입력 : 2017. 07.12(수) 00:00
  •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초등학생 신체검사 모습. 강경민 기자

고열량 섭취에 운동은 않고 과체중 포함하면 33.4%나
맞벌이로 고열량 음식 노출 합병증·정신건강에도 악영향


제주 소아청소년의 비만은 수년 전부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하지만 가정과 학교는 물론 사회적 무관심 속에 개선의 의지 없이 악화일로에 놓이면서 '건강의 섬, 장수의 섬'을 위협하고 있다. 맑은 공기와 물, 그리고 숲이 잘 조성된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제주와 역행하는 비만문제는 제주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점차 드리우고 있다. 비만의 원인은 아주 다양하지만 지나치게 많이 먹는 대신 에너지를 소비하는 활동량은 적다는데 있다. 곧,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 운동습관, 생활습관, 그리고 마음의 습관이 오랫동안 쌓이면서 비만을 초래하고 있다. 아이들의 뚱뚱한 제주는 미래 성장동력 측면에서 경쟁력이 뒤쳐질 수밖에 없다. 가정을 시작으로 학교와 보건행정, 도교육청, 전문기관 등의 비만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비만 예방과 치료에 대한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제주 학생 비만율 가장 높은 이유는=학생 비만의 주된 요인은 여러가지다. 유전에 의한 비만도 있지만 입시전쟁에 내몰린 아이들의 운동 등 야외활동 부족을 비롯한 경제적 풍요에 따른 넘쳐나는 먹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최근 맞벌이부부가 많아지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부모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시간이 많아졌고, 이를 대신해 패스트푸드나 고열량 음식에 노출되는 경향이 매우 높다. 초등학교부터 방과후 여러 학원을 전전하며 보내는 학창시절에 길들여진 비건강한 습관이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주의 학생 비만율이 높은 이유는 크게 2가지다. 비건강 식습관과 낮은 건강 운동습관 실천율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14년 전국 초중고 건강검사 결과분석'에 따르면 제주의 비건강 식습관 보유율은 61.1%(59.9%, 이하 전국평균)인 반면 건강 식습관은 22.7%(28.7%)에 불과하다. 비건강 식습관 보유율은 주 1회 기준 1회 이상 라면, 음료수, 패스트푸드 섭취율과 아침식사 결식률 등 4가지의 평균비율을 말한다. 반면 과일과 야채를 매일 섭취하는 건강식습관율은 낮다. 여기에 하루 3시간 이상 격렬한 신체활동 실천율인 건강 운동습관도 제주는 35.5%(38.1%)에 머물며 1위 서울의 43.0%에 견줘 낮은 편이다.

저녁식사마저도 밖에서 간단하게 편의점에서 해결하고 학원으로 가는 일이 다반사다. 비만의 습격은 일상생활 속의 나쁜 습관 속에서 소리없이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몸도 마음도 병들어가는 아이들=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 학생의 비만율은 2007년 15.4%에서 2016년 20.4%로 9년만에 6%포인트 가량 높아졌다. 매우 가파른 속도다.

2015년 이뤄진 도교육청의 8만8387명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는 제주학생의 비만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성장하면서 비만으로 갈 수 있는 과체중을 포함하면 전체 비만율은 33.4%(과체중 14.8·경도비만 8.7·중등도비만 7.7·고도비만 2.2)에 이른다. 2만9503명이 비만 또는 과체중 학생이다.

비만은 질병이지만 과체중은 질병의 전단계로 예방관리 대상이다. 과체중 학생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성장기 비만으로 직행하고 결국 성장이 끝나면 치료가 더 어렵다는 결론에 봉착한다. 특히 만5세 이상의 비만율이 27.3%로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이다. 이 상황이라면 20년 후 제주는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는 '무거운 현실'에 직면하고 만다.

소아청소년의 비만합병증도 만만치 않다. 비만은 여러가지 합병증을 유발시킬 수 있다. 2015년 제주아동비만줄이기 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진 비만클리닉 방문자 150명 가운데 상당수가 고혈압(28%), 고지혈증(38.6%), 고인슐린혈증(36.2%), 대사증후군(31.6%), 지방간(42.4%), 지방간염(17.1%) 등의 합병증에 시달렸다. 이들 가운데 약 30%에서는 정신건강 문제도 나타났다. 23% 가량이 우울증 위험 요소가 발견됐고, 비만으로 인해 따돌림을 받아 마음에 큰 상처를 가진 아이들도 여럿 확인됐다.

아동청소년의 비만은 비단 가정과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발전적인 제주미래를 담보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과 조직, 그리고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할 선결 과제다. 제주사회와 비만 당사자 및 가족이 비만에 대한 위험성과 해결의 시급성에 대한 인식변화가 최우선돼야 한다. <특별취재팀=강시영 선임기자 백금탁·홍희선기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775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