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7)이영주 만춘서점 대표

[책과 사람](7)이영주 만춘서점 대표
"늦봄향기 품은 여섯평 책방으로"
  • 입력 : 2017. 07.14(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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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대표는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 자리잡은 만춘서점이 문화 나눔이 있는 동네 책방으로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함덕 해수욕장서 걸어 5분
이즈음 읽으면 좋은 책 등

손글씨 메모 등 더해 안내
동네 아이들에겐 책값 할인

조물조물한 손글씨로 써내려간 메모가 책장에 반창고처럼 붙어 있었다. "누구나 수백가지 이유를 버리고 단 한가지 이유로 서로를 사랑한다. 누구나 수백가지 이유를 지우고 단 한가지 이유로 서로와 헤어진다."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라는 산문집에 흐르는 글귀였다. 서가에 꽂힌 여러 책들이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터, 빛바래 보이는 종이 위 글씨가 잠시 그 앞에 발길을 멈추게 했다.

책방 군데군데 그런 메모들이 있다. 책방지기들이 책 속 문장을 뽑아내 적어놓은 것들이다. 도서 가짓수가 적을 수 밖에 없는 6평 크기의 책방과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맞춤한 듯 그 책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다다랐으면 하는 마음이 읽혔다.

만춘서점 전경. 야자수가 배경으로 서있어 이국적 정취를 그려낸다.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만춘서점. 늦봄을 뜻하는 만춘이다. 1940년대 제작된 일본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동명 영화에서 따왔다. 지인이 지어준 이름이지만 이영주 대표 역시 그 흑백영화를 좋아했다.

15년 넘게 잡지 편집일을 했던 이 대표는 제주 생활 7년째를 맞는다. 직장을 그만두고 제주로 향했지만 공공도서관 사서 보조, 동네 책방 아르바이트 등 책 주변을 맴돌며 살았다. 서울살이를 완전히 정리하면서 함덕에 둥지를 틀었다. 해수욕장 인근에 자그만 서점 건물을 세웠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만춘서점은 근처에 자리잡은 대형 리조트의 야자수가 배경으로 서있어 이국적 정취를 그려낸다. 이 대표는 아는 사람의 추천을 받고 신간을 뒤져가며 판매 도서를 갖다놓는다. 지금은 시, 소설, 에세이 등 1200권쯤 비치했는데 제주 여행 관련 서적이나 독립출판물보다는 이즈음 독자들의 손이 많이 가는 책, 오래됐지만 읽으면 좋을 책들을 골라온다. 애써 관광지 제주를 대표하는 해변 마을에 있는 서점이라는 걸 드러내기 보다 '기분좋은 책 쇼핑'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한쪽엔 음반도 판다.

만춘서점을 찾은 손님들이 책을 고르고 있다.

이 대표가 처음 서점 자리를 보러왔을 때 함덕은 황량한 유원지 같았다. 겨울이었으니 그럴 만 했다. 여름이면 인파로 출렁이는 해변에서 5분 남짓 걸으면 도착하는 서점이어선지 지금껏 큰 어려움 없이 꾸려올 수 있었다. 당장 동네 책방의 색깔을 찾긴 어렵겠지만 한 자리를 오래도록 지키면 마을 주민들이 자주 드나들고 단골이 많아질거란 생각이다. 청소년 도서 코서는 동네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교복입은 학생들에겐 책 값을 할인해준다.

만춘서점은 가까운 이웃들의 아이디어를 더해 조만간 문화와 음식을 나누는 동네 장터인 '만춘 마당놀이'를 펼쳐놓을 계획이다. 늦봄이 아니면 어떤가. 이 계절, 동네 서점으로 떠나보자.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금·토요일엔 밤 9시까지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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