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공을 넘나드는 숨 막히는 전투…영화 '덩케르크'

육해공을 넘나드는 숨 막히는 전투…영화 '덩케르크'
  • 입력 : 2017. 07.18(화) 10:18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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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매번 상상을 뛰어넘는 이야기로 관객을 놀라게 했다.

'메멘토'(2000)에서는 뒤죽박죽된 시간을, '인셉션'(2010)에서는 현실과 꿈의 경계를, '인터스텔라'(2014)서는 우주를 다뤘다면, 신작 '덩케르크'에서는 아예 전장을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겨왔다.

전쟁의 참상을 간접 체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덩케르크'는 역대 전쟁 영화 가운데 가장 선두에 서 있을 듯싶다. 귓가를 때리는 총성, 머리 위로 떨어지는 포탄, 소리 없이 다가와 선체에 꽂히는 어뢰까지, 관객들을 전장의 한가운데로 끌고 들어간다.

군인들과 함께 총알을 피하고, 바다에서 사투를 벌이고, 전투기 조종석에 같이 앉아 공중 비행을 하다 보면 1시간 46분의 러닝타임이 훌쩍 지나간다. 긴장과 스릴 때문에 심장이 조였다 풀어졌다 하는 것이 아니라 심장이 내내 조여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덩케르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공세에 밀려 프랑스 덩케르크 해안에 포위된 영국군과 연합군 약 40만명을 영국으로 탈출시킨 실화를 그렸다.

프랑스 북부 덩케르크 해안은 영국과 불과 42㎞ 떨어진 곳이다. 그러나 조수간만의 차가 큰 해안의 특성상 영국 구축함이 접근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자 영국 정부는 민간 선박을 포함해 약 900척의 어선을 동원했고, 당시 해변에 고립된 약 40만명 중 33만8천명을 구출할 수 있었다.

영화는 덩케르크 해변에서 구출을 기다리는 군인들의 일주일, 적기를 격추하는 임무를 맡은 전투기 조종사의 하늘 위에서 한 시간, 군인들의 탈출을 도우려 배를 몰고 덩케르크로 가는 민간 선박의 하루를 교차해 보여준다.

해변 이야기를 이끄는 영국 병사 토미 역의 핀 화이트헤드 등 3개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이다. 놀런 감독은 제작 노트에서 "그들의 시각에서 사건을 경험할 수 있도록 신선한 얼굴을 원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철저히 영국인의 시선에서 전개된다. 러닝타임 내내 독일 군인은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독일군의 전투기, 총소리, 어뢰 등으로 독일군의 존재를 짐작할 뿐이다.

전쟁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군인의 영웅담도 없다. 대사도 거의 없어 마치 무성영화나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준다. 대신, 시계의 초침 소리와 배의 엔진 소리가 결합된 음악이 시종일관 고막을 울리며 긴장을 고조시킨다.

영화는 차갑고 어둡지만, 메시지는 뜨겁다. 극한 상황에서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며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덩케르크 해변에 좌초된 민간인 선박에 몰래 숨어 탈출을 시도하는 영국 군인들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인원이 너무 많아 배가 떠오르지 않자, 누군가 한 명은 내려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들은 '내릴 사람' 한 명을 지목하며 "생존은 불공평한 것"이라는 말로 정당화시킨다.

또 어뢰 공격에서 살아남은 군인이 겪는 정신적 고통을 통해 전쟁이 인간에게 남긴 트라우마도 보여준다. 7월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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