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 중산간 순환버스를 이용했다가 색다른 경험을 했다. 버스가 중산간으로 접어들자마자 시작된 소음과 진동이 하차할 때까지 계속됐다. 탱크를 방불케 하는 굉음을 혼자만 경험하기엔 아쉬워 녹음을 했다. 지인들에게 버스라는 사실을 숨기고 들려줬더니 한결같이 '탱크' 아니면 '공사장 소음'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제주 중산간도로는 도심과 일주도로, 평화로·번영로 등 주요 도로와 달리 패이고 갈라진 채 방치된 곳이 특히 많다. 그렇다보니 승차감이 최악일 수밖에 없다. 도로 자체가 과속을 막아줘 더 이상 과속방지턱을 설치하느라 예산을 낭비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누더기 도로 위를 그만큼 낡은 버스가 달리니 소음과 진동은 당연하다.
버스를 이용하다 보면 노인이나 어린 학생들, 여성 관광객들이 운전기사의 폭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일도 쉽게 볼 수 있다. 얼마 전에는 버스에서 대화하던 노인들이 모욕을 당하는 장면도 목격했다. 그 기사는 노인들에게 "차 안에서랑 얘기허지 맙서"라고도 했다. 요즘 제주도청 홈페이지 민원 게시판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내용이 바로 버스기사의 불친절을 신고하는 글이다.
제주도가 '더 빠르고, 더 편리하고, 더 저렴한'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30년 만에 손을 댄 대중교통체계가 8월 26일부터 시행된다. 올 초에는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위해 "버스 타라게"라는 멘트로 유명해진 '버스맨'이 등장하는 홍보영상도 제작해 극장에서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
하지만 버스를 탈 때마다 자가용이 절실해진다. 불편과 불친절을 견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도청 직원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무료 출근버스 6대를 도입했다. 원희룡 지사는 출근버스 이용 직원들의 고충을 점검하기 위해 함께 탑승한 뒤 불편 사항을 묻기도 했다. 지사에게 당부하건데 도민들의 불편도 해결하라.
<표성준 행정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