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생계형 자영업자
일방적 희생 아닌 지원 필요
우리사회 핵심의제로 고민을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새정부의 정책방향은 내년 역대 최고 인상폭으로 첫 단추가 끼워졌다. 올해 최저임금인 시급(6470원)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35만2230원. 이는 미혼 1인 가구의 생계비 167만3803원(2016년 기준)보다 낮은 수준으로, 주말도 없이 일해도 행복할 수 없는 최저임금 근로자 가계의 소득을 늘려 내수를 살리는 선순환 경제구조를 만들겠다는 게 최저임금 인상의 근본 취지다.
하지만 최저임금에 기대 겨우 수익을 내거나 직원도 없이 홀로 가게를 꾸려가는 생계형 영세자영업자들에게만 제살을 깎아 근로자의 시급을 올려주라며 일방적 희생을 강요할 수만도 없다. 이들을 방치한다면 경영난으로 인한 연쇄 도산 등 또다른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은 자영업자나 영세중소기업 사장과 이들 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 등 노사간 싸움이 아닌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할 핵심의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게 노동계의 목소리다.
정규직에 견줘 소득도 적고, 낮은 고용안정성 등 여러 조건에서 취약한 38.8%의 도내 비정규직 근로자와 전체기업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영세중소기업은 제주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이들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4년 도내 활동기업의 1년 생존율은 61.3%로 기업 10곳 중 4곳은 창업 후 1년을 못버티고 사라졌다. 창업도 진입이 쉬운 업종에 쏠림이 심해 2015년 신생기업 1만1994개 중 숙박·음식점(31.1%)과 도소매업(21.1%)이 절반을 넘었다. 음식·숙박업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은 처우도 열악하다. 한국노총 제주도지역본부와 제주연구원이 2014년 12월 펴낸 '제주지역 비정규직 실태와 고용정책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숙박·음식점 종사자의 월급여액(2012년 기준)은 99만9000원으로 18개 업종의 비정규직 근로자 평균급여(142만원)에 못미치며 가장 낮았다.
제주에서는 지난 5월 제주도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가 문을 열어 한국노총 제주도지역본부에 위탁 운영중이다. 2012년 제정된 '제주도 비정규직 근로자 지원 등에 관한 조례'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차별적 대우 예방과 노동기본권 향상을 위해 설치 운영토록 한 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에는 현재 2명의 상주인력이 상담업무를 맡고 있다. 하지만 센터 활성화와 연구·조사 기능을 위한 전문인력을 확충해 비정규직 실태조사와 지원사업을 위한 단기·중장기 과제 발굴 등을 수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동존중특별시'를 표방하고 있는 서울시는 2012년 전국 최초의 노동전담조직인 노동정책과 신설에 이어 2016년 2월엔 한시기구인 '일자리노동국'으로 승격시켰다. 그리고 같은해 8월에는 정규기구인 일자리노동정책관을 출범시켜 노동전담 조직체계를 갖췄다. 또 2015년 도입한 '생활임금'을 2019년부터 시간당 1만원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올해 생활임금은 8179원으로 최저임금보다 1727원 높다.
(사)충남고용네트워크 등의 사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충남고용네트워크는 전문연구원 등 9명의 직원들이 지역맞춤형 일자리창출 지원·연구사업과 노사민정 위탁사업, 교육사업 등을 담당한다. 또 매달 충남 고용·노동 리포트를 발간, 지역 고용동향과 취업자 특징, 고용·노동 이슈, 청년 고용 우수기업 사례 등을 담아내고 있다.
고승한 제주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에서 앞으로 전문인력을 확충해 비정규직 노동분야 의제 발굴과 비정규직 근로자 지원을 위한 실천과제 발굴, 차별적 처우 예방과 보호정책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며 "새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에 대한 선제적 대처 차원에서 지자체에서 실현 가능한 정책사안별 검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