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4·3소설 어디로… '화산도'에 그 길이

[책세상]4·3소설 어디로… '화산도'에 그 길이
고명철·김동윤·김동현 공저 '제주, 화산도를 말하다'
  • 입력 : 2017. 07.28(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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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화산도' 완역 계기
재일 김석범 문학 의미 탐색
"제국주의 탐욕에 맞선 항쟁"

2015년 10월이었다. 재일작가 김석범의 대하소설 '화산도'가 한국에서 12권짜리로 완역 출간됐다. 1997년 문예춘추에서 일본어 원전이 완간된 이래 18년만의 일이다.

'화산도'는 1948년 전후 해방 정국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삼았다. 공간적으로는 제주도에서 일본 고베까지 한반도 육로와 해로를 아우르고 정치이념적으론 남북한 좌우익의 갈등과 4·3을 둘러싼 사상·무력 충돌이 그려진다. 역사문화적으로는 한반도에 존속해온 봉건적 가부장제, 해외유학, 제주의 생태학적 문화지리 등이 담겼다.

4·3문학을 탐색해온 제주출신 문학평론가 3명이 '화산도'를 제주의 눈으로 읽었다. 고명철 광운대 교수, 김동윤 제주대 교수, 김동현 탐라문화연구원 특별연구원이 공저한 '제주, 화산도를 말하다'로 각기 '화산도' 읽는 모임을 꾸려 작품을 통독하고 분석해온 글을 한데 묶어냈다.

일본 국적도, 대한민국 국적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적도 지니지 않은 채 무국적자로 경계인의 삶을 살아온 김석범은 '까마귀의 죽음'에서 '화산도'까지 수십년 동안 4·3을 문학에 담아온 작가다. 그의 4·3문학에서는 미일 제국주의의 탐욕에 맞서는 제주섬의 항쟁과 의미가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김동윤 교수는 '김석범 '화산도'에 나타난 4·3의 양상과 그 의미'에서 "'화산도'는 반제국주의 통일 투쟁으로서의 4·3의 의미를 분명히 하고 있는 작품"이라며 "일본과 미국에 의한 연이은 식민상황과 한반도 분할 점령에 따른 분단 극복의 염원이 제주도에서 분출된 것이 4·3이라는 인식"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특히 '화산도' 완역이 이데올로기 콤플렉스에 대한 과감한 돌파, 4·3정신의 방향타 제시 등 4·3소설의 갱신의 방향에 상당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

고명철 교수는 '김석범의 '조선적인 것'의 문학적 진실과 정치적 상상력'에서 "'화산도'는 구미중심주의의 (탈)근대를 극복하는 재일조선인문학으로서 새로운 세계문학의 지평을 열고 있다"고 평했다.

김동현 연구원은 '김석범 문학과 제주'를 통해 "'화산도'는 그동안 제주4·3문학이 견지하고 있던 진실 드러내기와 비극의 증언이라는 구도를 넘어 제주라는 지역에 각인된, 지역의 신체성을 주체적 시각에서 그려내고 있다"며 "이는 '희생담론'에 정체되어 있는 제주4·3인식의 전환, 그리고 4·3문학의 논의의 장을 확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보고사.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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